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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기대에 매물 급감,호가 들썩 분당, “단지 2개로 쪼개자” 선도지구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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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경기도 분당신도시 역세권 대표 단지 '시범삼성'. /강태민 기자


[땅집고]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지정받기 위해 신도시 아파트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재건축 기대감이 가장 높은 분당 신도시를 찾았습니다.

분당에서 선도지구 지정 강력 후보로 꼽히는 ‘시범 아파트’입니다. 한양과 삼성한신, 현대, 우성까지 총 4개 단지, 총 7769가구 규모입니다. 4개 단지는 연초까지만 해도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결성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정부의 선도지구 지정 계획 발표 이후 둘로 쪼개져 재건축을 추진 중입니다.

규모가 클수록 선도지구 지정을 좌우할 수 있는 주민 동의율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복수의 단지에서 조합원 규모가 늘면, 주민 간 갈등이 커질 수 있어 높은 동의율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땅집고] 경기도 분당신도시 '시범단지'로 불리는 한양, 삼성한신, 현대, 우성 4개 단지 위치. /임금진 기자


■ 서현역 8000가구 ‘시범단지’ 역세권·비역세권 분리 재건축 추진

시범단지는 역세권 단지인 삼성한신과 한양, 비역세권 단지인 우성과 현대로 쪼개졌습니다. 역세권 단지 입주민을 중심으로 비역세권 단지와 함께 통합 재건축을 할 경우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한 주민들이 늘었습니다.

성한신과 한양의 경우 서현역과 맞붙어 있습니다. 500m 이내에 있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역세권 고밀복합개발이 가능합니다. 반면 우성과 현대는 역을 기준으로 삼성한신과 한양보다 거리가 더 멉니다. 역에선 700m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역세권 단지는 종상향을 통해 고밀개발을 할 수 있지만, 통합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 상향 혜택을 나머지 비역세 2개 단지와 함께 나눠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건축 부담금이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삼성한신·한양 통합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4개 단지로 갔을 때 삼성한신, 한양 쪽에서 주민들이 동의해주겠나”라고 했습니다. 이어 “평가 기준을 보면 동의율(95%일 경우) 60점, 가구 수나 규모 10점이다”면서 “2, 3 점을 얻으려다 더 많은 점수를 잃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땅집고] 국토교통부가 밝힌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기준. /임금진 기자


■ 국토부 ‘선도지구’ 뚜껑 열어보니…동의율 60% “너무 높네”

분당신도시 주요 단지는 선도지구 지정 경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선도지구 선정 기준과 배점, 평가 절차 등을 공개하면서 선도지구 지정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는데요. 시범단지의 경우 통합 재건축을 하면 선도지구 지정 가능성이 낮아질 우려가 나옵니다.

분당에서는 선도지구 8000가구~1만2000가구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 4개 단지만 거의 8000가구에 육박하기 때문에 사실상 분당에서는 다른 단지는 선도지구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선도지구 선정 권한을 가진 성남시도 한 곳만 선도지구로 정하기는 부담입니다.

국토부의 선도지구 선정 기준 평가에서 통합 재건축 단지 수나 참여 가구 수가 많을수록 가점을 받을 수 있지만, 주민 동의율이 배점 상 6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주민동의율 95%를 넘으면 60점 만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범단지 내에선 단지 수를 늘리는 것보다 주민 동의율을 높이고 사업성이 있는 단지만 묶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범단지는 2개 단지로 나눠도 각 4200가구(한양, 삼성한진), 3569가구(우성, 현대)로, 3000가구 이상에 해당하는 가구 수 부문에서는 만점을 받습니다. 둘로 쪼개진 참여 단지 수에서만 일부 배점을 받지 못할 뿐이라는 겁니다.

[땅집고] 경기도 분당신도시에서 '선도지구'를 준비하는 주요 단지 위치 및 현황. /임금진 기자


■ ‘선도지구 쟁탈전’ 10개 단지, 3000가구 이상은 시범·양지

분당에선 10개 안팎의 단지가 선도지구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3000가구 이상 통합 재건축을 준비하는 곳은 시범단지와 양지마을 두 곳입니다. 또 다른 강력 후보인 양지마을은 한가운데 대형 상가가 있어 시범단지보다 동의율 확보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통상 정비사업에서 상가와 아파트 소유주 간 의견이 달라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국토부 계획대로 2030년 입주가 어렵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부동산 관계자는 “선도지구로 지정되면 2030년에 입주한다지만, 과연 계획대로 진행될까’하는 시각도 많다”고 했습니다.

분당에서는 선도지구 지정 가능성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10평대부터 50평대까지 손바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시범한양은 올 상반기(5/23 기준)에만 총 35채가 팔리면서 분당에서 많이 거래된 아파트 2위에 올랐습니다. 이 단지 전용 134㎡는 매매가가 15억~17억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인데, 이달에만 2채가 팔렸습니다.

[땅집고] 경기도 분당신도시 시범단지 전경. /강태민 기자


■ 선도지구 발표 다가올수록 매물 거둔 분당 집주인들

현장에서는 일부 매도자들이 선도지구 지정 기준 발표 이후 매물을 거둬들였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최근에 분당에 주택을 산 매수자 중에는 선도지구에서 탈락하더라도 이주 수요로 인해 전세가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분당에 진입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B부동산 관계자는 “선도지구로 발표하기 한 두달 전부터 매수자가 꾸준히 있었다”며 “가격이 조금만 싸면 매물이 나갔다”고 했습니다.

분당신도시는 2012년 판교에 들어선 준신축 아파트 외에는 사실상 아파트 공급이 뚝 끊겼습니다. 분당 주요 단지는 일자리와 학군, 공원, 상권 등 우수한 인프라를 갖췄지만, 판교역 인근 아파트보다 가격이 낮습니다. 판교역 초역세권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39㎡는 이달 38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시범한양 전용 134㎡ 최근 실거래가 17억3000만원의 2배입니다.

건설사들 역시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예의주시 중입니다. 다른 지역 단지보다 사업 추진이 원활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요.

업계에서는 선도지구 아파트 가격이 입주 시점엔 판교를 뛰어넘어 분당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된다고 전망합니다. 국토부 발표 이후 분당 선도지구 쟁탈전이 어떻게 전개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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