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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치매치료제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알포)’ 임상 재평가가 시작된지 3년 지났지만 여전히 환자 모집 단계로 파악됐다. 환자를 모집하지 못해 임상이 지연되고 당초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발표될 임상 재평가 결과도 연장이 불가피해졌다. 콜린알포는 연 6000억 원 규모로 처방이 이뤄지는 의약품이다. 재평가 실패 시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환수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2021년 착수한 콜린알포의 효능 및 안전성 임상 재평가에 대한 환자 모집을 완료하지 못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48주간 위약 대비 인지 기능이 유지·향상된 비율을 확인하는 시험은 당초 내년 3월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다. 종근당 관계자는 “환자 모집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종근당과 대웅바이오는 제약업계를 대표해 각각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적응증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바이오도 환자 모집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콜린알포에 대해 2021년 6월부터 임상 재평가를 진행하도록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등 상당수 국가는 콜린알포를 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콜린알포를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하고 있고 ‘인지능력 개선’ 등을 언급할 시 제재를 한다. 반면 콜린알포를 가장 먼저 개발한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이를 의약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3년 9개월(2025년 3월), 알츠하이머는 4년 6개월(2025년 12월)까지 임상 재평가를 통해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임상 재평가 기간도 연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식약처 관계자는 “정해진 기한 내에 임상 재평가가 종료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면서도 “환자 모집이 늦어지면 최대 2년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제약사의 연장 요청을 받아드릴 경우 경도인지장애는 2027년 3월, 알츠하이머는 2027년 12월까지 임상 재평가 기한이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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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지연으로 제약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임상 실패로 적응증이 삭제될 경우 계획서를 승인 받은 날부터 삭제일까지의 처방액 20%를 건강보험공단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콜린알포의 외래 처방시장 규모는 6226억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처방이 계속 늘어날수록 임상 실패에 따른 업계 전체 환수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종근당과 대웅바이오의 경우 콜린알포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환수액이 수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식약처에 따르면 콜린알포 임상 재평가는 255 품목 중 133개 품목이 행정처분 또는 자진취하해 현재 122개 품목(57개사)에 대해 진행돼고 있다. 제약업계는 임상 재평가가 실패할 시 콜린알포를 대체할 성분으로 니세르골린을 주목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월, 종근당과 대웅바이오는 올해 2월 니세르골린 성분의 의약품을 허가 받았다. 다만 해당 성분이 1978년 허가된 올드 드럭인데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일동제약 ‘사미온’의 지난해 처방액도 58억 원에 그쳐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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