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을 하는 김모(50)씨는 최근 브라질 채권에 투자할지 고민하고 있다. 브라질 채권 상품에 투자하면 연간 이자수익으로 10%를 벌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다만 브라질 통화 헤알화의 높은 변동성은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 김씨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브라질 채권에 관심을 지만 ‘고위험 상품’이라는 이유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투자자를 위해 궁금증을 풀어봤다.
미국 투자회사인 GMO는 신흥국 채권에 대해 ‘한 세대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투자 기회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신흥국 채권은 지난해에도 높은 수익을 올린 투자 상품인데, 올해 들어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신흥국 채권으로 꼽히는 브라질 채권 투자가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KB증권 등 5대 증권사의 브라질 국채 판매액은 8652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4626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브라질 채권(3년물 기준)의 연간 원화 환산 수익률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은 기준금리가 높고 채권 금리 변동성이 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시장으로 평가되는데 거액의 베팅이 고수익률로 되돌아왔다.
◇ 브라질 기준금리 10.5%…이자수익만 연 10%
브라질 채권은 브라질 중앙정부가 자금조달이나 정책 집행을 위해 발행하는 국채다. 브라질과 같은 신흥국 채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채권 상품이 가진 이자수익이다. 둘째는 싼 가격에 사서 비싼 가격에 파는 자본 차익이다. 셋째는 신흥국 통화가 강세가 되면 발생할 수 있는 환차익이다.
세 가지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브라질 채권을 들여다보자. 우선 이자수익을 살펴보면 현재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10.5%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총 일곱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섰다. 앞서 브라질 중앙은행은 코로나19 동안 저금리로 물가가 치솟자 2021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금리를 빠르게 인상했다. 이 기간에만 12번 금리를 올렸고 13.75%의 고금리를 지난해 8월까지 유지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가 3.5%고 미국 기준금리가 5.25~5.5%인 점을 고려하면 브라질의 기준금리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높은 기준금리로 브라질 채권 이자 수익률 역시 높다. 지난 10일 기준(현지시각) 브라질 10년 채권 수익률은 12.05%, 3년물은 11.585%, 2년물은 11.448% 등이다. 채권 상품의 표면금리, 즉 매년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연 10%를 웃도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3.334%)~10년물(3.432%) 수익률이 3%대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채권 대비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 브라질 정부·미 연준 금리 인하는 채권가격 높여
브라질과 같은 신흥국 채권 투자 열풍은 자본 차익과 환차익 영향이 더 크다. 자본 차익은 낮은 가격으로 사서 비싼 가격으로 팔 때 발생한다. 금리와 채권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내려 채권가격이 오르면, 미리 채권을 담아둔 투자자는 고점에서 팔아 자본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브라질은 기준금리와 채권 금리가 높은 만큼 금리가 내릴 경우 자본 차익을 챙길 수 있다.
하반기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할 것이란 기대도 호재다.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신흥국 중앙은행도 이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브라질 기준금리가 올해 말까지 최종 8%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브라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어 인하 속도는 하반기 기점으로 둔화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방망이를 짧게 잡고 투자에 나설 것을 권하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남은 다섯 번의 회의에서 현재와 같은 인하 폭을 유지하면서 12월 통화정책회의까지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며 “브라질 통화정책의 변화는 이제 변곡점을 지나 금리 인하 후반부에 접어들었으며 이번 인하 폭을 축소로 내년에는 동결 기조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헤알화 변동성과 금투세 도입은 유의할 점
브라질 국채 투자에 있어 가장 유의해야 할 변수는 환차익이다. 브라질 통화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환율이 큰 폭으로 움직이면 이자로 번 수익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 액수가 더 클 수 있다. 과거 2012년 헤알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브라질 국채의 원화 표시 가격이 폭락한 전례가 있다. 헤알화 환율은 당시 1달러당 1.7헤알에서 최근 1달러당 5.1헤알 수준으로 급등했다.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헤알화 가치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한국 투자자가 산 브라질 헤알화 채권의 환손실도 7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최근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은 헤알화 가치에 긍정적이다. 브라질 통화가 저렴할 때 투자에 들어가서 브라질 통화가 비쌀 때 빠져나오면 환차익을 볼 수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수록 글로벌 달러 가치도 하락한다. 달러가 약세면 신흥국 통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즉 앞으로 브라질 통화의 상승 여력이 큰 만큼 지금 상품에 들어간다면 누릴 수 있는 환차익 규모도 커질 수 있다.
또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이 상승하면서 헤알화 하락 위험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브라질 신용등급 상향 이후 원·헤알 환율은 260원 중후반에서 움직이는 등 기타 통화 대비 높은 방어력이 확인된다”며 “남미 국가 중심으로 상대적 강세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어 헤알화 약세 우려는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내년 예정대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도입되면 브라질 국채의 비과세 매력이 줄 수 있다. 브라질 채권은 1991년 브라질 정부와의 국제조세협약에 따라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고 있다. 개인이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면 이자소득과 매매 차익, 환차익 모두 과세 대상이 아니다. 다만 2025년 적용되는 금투세 법안에 브라질 국채는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없다. 이 때문에 국채를 사고팔면서 이득을 봤다면 250만원을 공제한 뒤 매매차익의 22%(3억원 이상은 2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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