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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가와 유업계가 올해 우유 ‘원유(原乳)’ 가격 협상을 시작했다. 올해에도 원윳값이 오를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며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원윳값이 오를 경우 원유를 주재료로 쓰는 유제품 가격까지 도미노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 및 유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가공 업체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 11일 원유값 협상 소위원회를 꾸려 원유 가격 논의를 시작했다. 협상은 매주 2회씩 한 달 간 진행하고 진척이 없을 경우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원유 기본 가격은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되며 유업체는 인상 폭을 토대로 제품 가격을 산정한다.
농식품부는 생산비 상승분에 지난해 음용유(마시는 우유) 사용량이 전년 대비 2% 감소한 것을 반영해 생산비 상승분(ℓ 당 44.14원)의 0~60%인 ℓ 당 0~26원 사이에서 가격 인상을 진행하도록 했다. 지난해 낙농가의 우유 생산비는 ℓ당 1003원으로 전년 대비 4.6% 늘었다. 현재 원윳값은 흰 우유 등 신선 유제품 원료인 음용유용 원유 기준으로 ℓ 당 1084원인데, 협상 이후 최대 ℓ 당 1110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낙농계는 매년 사룟값 증가 등 생산비 증가를 이유로 상당 폭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폭인 26원을 인상하더라도 생산비 증가분의 6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업계에서는 3년 넘게 가격이 오른데다 정부의 가격 인상 압박을 이유로 원윳값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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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유업체가 2025∼2026년 구매할 원유량을 조정하는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협상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공 업체들은 음용유 사용량이 공급량보다 낮다는 점을 이유로 지난해 대비 적은 원유량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업계가 사용한 음용유량은 169만톤으로 직전해(172만 5000톤) 대비 2% 줄었다. 반면 낙농가는 정해진 생산량이 있다 보니 보다 많은 물량을 구매하도록 요구하거나 구매량을 줄일 경우 가격 인상을 주장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6월 9일 첫 회의를 열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7월 27일까지 11차례 협상을 벌인 끝에 협상이 타결됐고,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10월에서야 인상분을 반영했다. 당시 음용유 기준 가격을 ℓ당 88원 올리며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인상폭을 기록했다.
낙농진흥회가 원윳값을 올리면 유업체들은 원유를 주재료로 쓰는 유제품 가격을 인상하게 된다. 지난해의 경우 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0월 원유 가격 인상에 앞서 흰우유 제품인 ‘나100%우유(1ℓ)’의 출고가를 대형마트 기준으로 3% 인상해 소비자 가격을 2000원대 후반으로 책정했다. 남양유업(003920)과 빙그레(005180) 등 주요 제조사들도 완제품 가격을 4~9%가량 일제히 인상했고 편의점에 특화된 자체 브랜드(PB) 우유 상품 가격도 올렸다. 올해 원유 가격이 인상될 경우 ‘1ℓ 우유 3000원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과자, 빵, 아이스크림 등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의 가격 상승도 이어진다. 이미 롯데리아는 팥, 우유 등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여름 시즌 메뉴인 팥빙수 가격을 5300원에서 5500원으로 3.8% 인상했고, 엔제리너스와 설빙도 빙수 가격을 6~7%씩 올렸다. 이에 정부는 서민들의 식탁 물가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원유 기본 가격이 동결되거나 인상 폭이 최소화하도록 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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