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바이온의 주인이 7개월 만에 또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 자동차 부품 제조사 씨티엠이 바이온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으나, 오는 8월 얼라이란 회사가 바이온의 유상 증자 자금 70억 원을 납입하면 새 최대주주에 오른다. 씨티엠은 바이온 경영권 확보 직후 종속기업의 지분 60억 원어치를 바이온에 넘긴 바 있다. 바이온 일부 주주 사이에선 씨티엠을 향해 ‘먹고 빠지기’란 불만이 나왔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바이온은 최대주주 변경을 앞두고 있다. 바이온이 추진 중인 70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 증자 대상자가 ㈜얼라이로 바뀌면서다. 바이온 유상 증자에 돈을 댈 납입자는 올해 3월 현 최대주주 씨티엠에서 바이온밸류업1호로, 그 후 얼라이로 다시 바뀌었다. 얼라이가 예정대로 자금 납입을 마치면 바이온 최대주주는 씨티엠(356만 주)에서 얼라이(875만 주)로 바뀐다. 얼라이는 2018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세화아이엠씨(현 다이나믹디자인)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에 오른 후, 이듬해 우성코퍼레이션에 매각했던 회사다.
현 최대주주 씨티엠은 이미 바이온 경영에서 손을 뗐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16일 김장호 가나네트웍스 대표가 바이온의 경영지배인으로 지정되면서다. 바이온은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경영지배인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경영되고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새 최대주주로 예정된 얼라이 측 의사가 반영된 결정으로 알려졌다. 바이온은 지난달 전환사채(41회)를 발행해 105억 원을 조달했는데, 이를 중기 부품 제조사 씨엠텍을 인수하는 데 쓸 것이라고 7일 밝혔다.
바이온은 바이오의료 사업을 하다가 최근 2년간은 주유소 유류 판매 사업에 주력했다. 실적은 지속적으로 나빠졌다. 연매출(연결재무제표 기준)은 2021년 136억 원에서 2023년 88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67억 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10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에 허덕이며 올해 1분기 말 결손금은 889억 원에 달했다.
바이온은 자금 사정이 악화한 중에도 올해 3월 최대주주인 씨티엠의 관계사인 광진산전 지분을 떠안아야 했다. 광진산전은 선박용 발전기 부품 제조사로, 씨티엠이 광진산전 지분 70%, 씨티엠의 최대주주인 전병철 당시 대표가 나머지 지분 30%를 갖고 있었다. 바이온은 이들로부터 광진산전 지분 28%를 60억 원에 취득했다. 거래 상대방 두 곳으로부터 각각 어느 정도의 지분을 샀는지는 공시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분 인수 명분은 사업 다각화였으나, 씨티엠이 바이온 경영권을 쥐자마자 ‘빼먹기’를 한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정민호 바이온 사내이사가 광진산전 대표를 맡고 있어 이해 상충 논란도 일었다.
일각에선 씨티엠이 비교적 짧은 시간 사이에 바이온 경영에서 손을 뗀 것을 두고 전병철 대표 별세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전병철 대표가 지난달 초 세상을 떠난 후 아들 전순호씨가 지분(35%)을 물려받아 지난달 2일 씨티엠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전순호 대표는 올 초부터 해외영업부에서 근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엠은 바이온의 이전 최대주주였던 김병준 전 대표에게 줘야 할 인수 대금 35억 원을 지난달 23일에야 지급했는데, 이미 그전부터 바이온의 새로운 최대주주를 물색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씨티엠은 바이온 주식을 현재 시세(10일 종가 1046원)보다 3~5배 비싼 수준에서 샀기 때문에 당장 지분을 처분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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