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로 살다가 이사 날짜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 유용하게 머물 집을 찾을 수 있었어요. 호텔, 에어비앤비 등 숙소에 머무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개인 짐도 보관하기 더 편리했습니다.”
한 단기임대 플랫폼을 이용해 서울 영등포구 오피스텔에 몇주간 거주한 이용자의 후기다. 단기임대는 한달이나 두세달, 혹은 주 단위로 짧은 기간 임대차 계약을 맺는 거래를 뜻한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부담을 덜면서 유연하게 살 집을 구할 수 있어 단기임대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삼삼엠투, 리브애니웨어 등 단기임대 거래를 다루는 플랫폼이 성장하고, 네이버페이 부동산도 단기 임대매물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작했다.
10일 주택 단기임대 플랫폼 삼삼엠투에 따르면 최근 단기임대 매물과 계약 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거래된 단기임대 계약 건수는 2022년 5000건에서 지난해 2만300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올 들어서도 5월까지 1만9000건, 거래금액 24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연간 약 2만 건, 거래액 26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단기임대 매물 신규등록 건수도 2020년 700건에서 2021년 1260건, 2022년 4500건, 2023년 1만5000건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서는 5월까지 1만 건이 신규 등록됐다. 단기임대 플랫폼 관계자는 “가장 많이 이용되는 단기임대 기간은 평균 4주 단위”라며 “출장과 이사, 인테리어 등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 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 단기 임대는 1년 이상이 기본인 일반 전월세 계약보다 보증금이 낮거나 없는 경우 많아 고금리로 자금 부담이 크거나, 전세사기 우려가 높은 임차인들에게 수요가 꾸준하다는 평이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을 보유한 임대인 입장에서도 고금리로 인해 수익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공실과 임대수익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단기임대는 여행객 위주로 한정적으로 이용됐다면, 지금은 일반 직장인들이 업무나 이사 등의 이유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깡통전세 우려, 높아지는 보증금 부담 등으로 단기임대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 장기 임대보다 보증금은 더 낮거나 없고, 월 임대료는 더 비싼 수준으로 책정된다. 업무시설이 밀집한 강남지역이나 중구, 용산구 일대와 학원가가 밀집한 강남구 대치동 일대 단기임대 매물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 서울 서초구 한 주상복합 아파트(전용면적 66㎡)는 임대료 53만원에 1주 단위로 계약할 수 있게 나와있다. 청담동 고급아파트는 1주에 82만원, 강남역, 역삼역, 신논현역 인근 역세권 원룸 오피스텔은 주로 20~30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오피스텔 ‘남산푸르지오 발라드’ 전용 39㎡는 보증금 300만~1000만원에 월 임대료 200만~300만원대에 주로 단기임대 매물이 나와있다. 이곳 일반 월세 매물은 보증금 3000만~5000만원에 월세 200만원대 수준이다. 서울 용산구 오피스텔 ‘한강로대우아이빌’ 전용 34㎡도 보증금 1000만원, 월 임대료 90만원에 단기임대 매물이 나와있는데 같은 면적 매물은 지난 4월 보증금 1억3000만원, 월 임대료 35만원에 월세계약됐다.
서울시 중구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월세 물건을 내놓은 임대인들은 대부분 단기임대도 가능하다는 분위기”라며 “사실 일반적 임대 매물에 대한 수요가 많으면 단기임대까지 놓을 필요가 없는데,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다보니 한 두달씩 짧게라도 받겠다며 단기임대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구 공인중개사는 “주로 출장이나 기존 집 인테리어 등으로 잠시 나와 살아야 하는 분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호텔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가성비가 좋다. 서울 도심 호텔의 경우 한 달 들어가 살려면 한 400만~500만원 정도 하고 한달씩 숙박을 안 받는 경우도 많은데, 단기임대는 그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단기임대는 임대차 계약 신고 대상이 아니라 계약 시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고, 임대인 입장에서도 임차인이 퇴실을 거부할 경우 강제할 규정이 없는 등 분쟁이 발생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현장에서도 단기임대 시장에 대한 반응은 갈리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사실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단기임대차 거래 중개가 크게 수익이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일반 월세 거래와 달리 중개 수수료도 제대로 책정하기 어려워 20만~30만원가량 소액만 받는 분위기고, 임차인이 계속 바뀌니 번거로운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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