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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공방 SK… ‘재도전 DNA’ 71년 성장사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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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SK그룹에 감도는 긴장감은 연말부터 이어오던 위기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SK는 서든데스(돌연사)의 가능성이 코앞에 있다는 인식 아래 연말 임원인사부터 조직개편, SK수펙수추구위원회의 운영 분위기까지 싹 바꿨다. 그리고 올 초부터는 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집중 투자할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골라내는 톺아보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미래비전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업은 솎아내고 밀도 있는 투자를 통해 미래 유망한 사업을 확실히 골라내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이 모든 작업을 압도하는 리스크가 터졌다.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 자체가 위태할 수 있는 재산분할이 거론되면서 이혼소송의 여파가 그룹 전반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SK 그룹 뿐 아니라 전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정경유착 공방과 현재 SK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 및 비전에 대해 짚어본다.

재벌가의 이혼은 흔하다. 현재까지 사례들은 대부분 재산분할의 문제가 따라왔으나 적정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이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은 다르다. 개인사로 끝나지 않고 경제계 전체의 이슈로 번졌다. 재판부가 재계 2위 SK 성장사를 정경유착의 역사로 지목했고, 일방적 비자금 주장을 기정사실화 하며 1조3000억원대 재산 분할 판결로 경영권 안정까지 흔들 여지를 만든 게 이유다.

◇SKT 인수 특혜라고? ‘역차별’ 딛고 재도전 역사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이혼소송 2심 재판 결과가 SK그룹을 분노케 한 이유는, 71년 성장사를 왜곡 했다는 점 때문이다. 함께 쌓아온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면서,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한 배경이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SK그룹이 정보통신 사업을 준비한 시기는 ‘선경’ 시절인 1984년이다. 당시 최종현 선대회장은 정보통신 분야를 미래 중점 사업 분야로 정하고 미주경영기획실 내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을 신설했고, 1991년 선경텔레콤을 설립했다.

1992년 4월 당시 체신부가 제2이동통신사업 허가 신청 게시를 공표했고, 선경텔레콤은 대한텔레콤으로 사명을 변경해 사업권 획득에 참여한다. 당시 선경 외 포항제철·코오롱, 동양, 쌍용, 동부 등 6개 컨소시엄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선경의 대한텔레콤 컨소시엄은 한전, 한국컴퓨터 등 13개 국내 기업과 영국의 보다폰, 미국의 GTE 등 3개 외국기업 등 총 16개 업체로 구성됐다.

당시 SK는 거의 10년을 내다보고 달려온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였던 셈이다. SK가 이끈 대한텔레콤 컨소시엄은 총 1만 점에 8388점을 획득하면서 최종사업자로 선정됐지만, 현직 대통령의 인척 기업에 사업을 허가한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결국 최종현 선대회장은 직접 “정당하게 임했으며 부당한 일이 있었다면 기꺼이 포기할 것”이라고 당당했지만 결국 비판여론을 돌리지 못하고 일주일 만에 이 사업권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이달 초 항소심 직후 열린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CEO들이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의에서는 노태우 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 압력 때문에 일주일만에 반납한 건 직접 경험한 일이라고 호소하는 CEO도 나왔다.

심지어 노태우 전 대통령도 2011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당시 송언종 체신부 장관이 컨소시엄 신청자 간에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보고했다. 그는 언제나 소신껏 자신의 생각을 정직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청와대나 내가 개입한 일은 절대 없었다. 청문회에라도 서겠다는 각오로 엄정하게 추진한 것이 바로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SK가 통신사업에 다시 뛰어든 시점은 정권이 바뀐 1993년이었다. 최종현 회장은 포기했던 제2이동통신사업 대신 인수자금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는 한국이동통신(제1이동통신) 인수전에 공개 입찰을 통해 참여하기로 결정한다. 제2이동통신사업은 약 600억원만 부담하면 지배주주가 될 수 있었지만, 한국이동통신은 약 3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1993년 한국이동통신의 주식 공개매각이 실시되고 주가는 8만원에서 30만원까지 수직 상승, 결국 지분 23% 인수자금은 4271억원까지 뛰었다. 한국이동통신은 1997년 지금의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바꾸고 2002년 1월에는 신세기 이동통신을 합병하게 된다.

재판부가 명시한대로 장인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인수 과정에서 보호막과 방패막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 재계가 고개를 젓는 이유다. 사실상 잡았던 이통사 사업권을 역차별로 포기하고, 재도전까지 나서 쟁취한 결과물인 셈이다.

◇이혼 임팩트… 전문가들 “경영 확신 어떻게든 보여줘야”

SK 성장사를 예단하며 그룹의 근간을 흔든 것과 별개로 2심 재판부가 판시한 비자금 여부는 양측의 입장이 정반대로 엇갈리는 만큼 상고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조3000억원대 전례 없는 재산분할 액수가 산정된 배경이다. 최태원 회장이 소송 결과를 바로 잡겠다고 직접 밝힌 만큼 아직 최종심 예단은 이르다.

다만 업계에선 2심의 상황을 전제해 다양한 경영 시나리오가 나온다. 오일선 한국 CXO 연구소장은 “SK실트론 주식을 팔아서 재원을 마련한다는 시나리오가 많이 나오는데, 해외 매각을 고려할 시 외국 기업들은 최 회장이 조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실제 가치보다 낮은 가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점은 경영상 문제가 없게 할 것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황용식 한국전문경영인학회 회장 겸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 회장은 대규모 위자료 마련 과정에서 공적 영역인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게 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여줘야 한다”면서 “일례로 재원 마련 방안을 대략적으로라도 공개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헤지펀드의 위협 가능성에 대해서는 “소버린 사태 당시에는 행동주의 펀드라는 개념조차 생소했기에 SK가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지금은 국민들이 정서상 외국 자본에 호락호락 경영권을 넘기려 들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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