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국내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자본비용(COE) 절감이 최우선 돼야 하며 특히 이를 위해서는 상장사들이 주주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0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여의도 IFC TWO 3층에서 ‘국내 상장기업 자기자본이익률(ROE), 자본비용,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정책의 적정성’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학계·기업·투자업계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일본 증시의 성공비결 △일본과 국내 투자환경의 차이점 △국내 밸류업 성공을 위한 과제 등을 논의했다.
“ROE, COE 보다 높아야 주가 오른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일본 밸류업 정책의 가장 큰 특징으로 “COE와 주가를 의식한 경영”을 꼽았다. COE를 파악해 절감시키려는 기업의 노력이 일본 증시의 상승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COE에 대해 “주주가 회사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익률”이라며 “COE보다 ROE가 높지 않다면 주주의 요구치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OE는 회사가 주주로부터 자금을 받을 때 드는 비용으로 시장 변동 위험성(베타)이 반영된다. 국고채나 정기예금 대비 개별 주식 투자는 위험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성을 담보한 종목들의 주가가 오른다는 것. COE가 ROE보다 낮다면 위험 감수에 따른 기대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해 주가도 상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도 “밸류업 프로그램 초창기에는 PBR이 단순히 낮은 기업들에 주목했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며 “저PBR 종목 중에서도 COE 대비 ROE가 높은 종목들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교수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 중 3분2가 ROE보다 COE가 높은 상태였다. 지난 2004년만 하더라도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ROE는 15%를 넘어섰지만 지난 2022년 5%까지 낮아졌다. ROE는 기업의 이익을 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분자를 차지하는 기업들의 평균이익은 제자리걸음이었지만, 분모인 평균자본은 급등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만약 ROE보다 COE가 낮다면 신규 사업 투자보다는 배당정책 등 주주환원을 하는 것이 주가 상승에 유리하다”고도 말했다.
다만 한영아 포스코홀딩스 상무는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의 경우 ROE가 당장에는 낮을 수 있다”며 “이런 경우엔 COE보다 ROE가 낮더라도 배당을 시행하기 보단 주주들에게 사업성을 설명하고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높은 자본비용 낮추려면 ‘소통’ 중요
패널들은 COE를 낮추려면 베타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을 모았다. 베타는 특정 기업의 주식이 시장 변화에 어느 정도의 변동성을 갖고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베타가 높아지면 COE도 커진다.
김 연구원은 베타를 줄일 방안으로 투자자와 효과적인 소통을 뽑았다. 김 연구원은 “회사의 전략, 위험 및 성과에 대해 투명하게 소통하면 잠재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감소한다”며 “베타를 줄이는 다른 방안에 비해 실현 가능성이 높고 어렵지 않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연구실장도 “최근 연구들을 살펴보면 공시 수준이 높은 기업들과 정보의 비대칭성이 적은 기업일수록 COE가 낮았다”고 말했다.
한편 대주주가 존재하는 국내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법 개정은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주가가 높아지면 오히려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지불해야 할 세금이 늘어 기업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기 어렵다는 것.
김 교수는 “일본은 소유분산기업이 많지만 대주주가 대체로 존재하는 국내기업들의 경우 주가가 오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세제혜택, 이사회의 주주충실의무 도입 등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활용한 참여 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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