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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성폭행 사건 재조명…영화 ‘한공주’ 속 가해자들은? [해시태그]

이투데이 조회수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2004년만큼 격해진 2024년의 그 사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연일 온라인을 달구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20년 전보다 더 상세해지고 있는데요. 당시 사건의 판결문과 가해자들의 신상이 ‘대놓고’ 노출됐기 때문이죠.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줄여서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상남도 밀양시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입니다. 밀양 지역의 남고생 44명이 여중생이었던 피해자 A 씨를 포함한 5명의 미성년자 여성을 대상으로 무려 1년 동안 가했던 집단 성범죄 사건이었죠.

이들은 A 씨를 속인 후 밀양 지역으로 유인해 1년간 여인숙, 마을버스 안, 비닐하우스 등지에서 집단으로 성폭행했는데요. 망을 보거나 범행을 촬영하는 등 간접적으로 범행에 동조한 인물은 75명에 달해 이 범죄에 엮인 인물만 119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중 10명은 기소됐고, 20명은 소년부 송치, 13명은 공소권 없음, 1명은 다른 사건에 연루돼 있어 타청 송치로 마무리됐죠. 이들 중 죄로 인한 형사처분을 받은 숫자는 ‘0명’이었는데요. 즉 가해자 전원이 ‘전과’가 생기지 않은 겁니다.

출처=YTN 캡처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발생 당시 경찰 조사 현장.

당시에도 전국적으로 공분이 일었지만, 경찰과 지역사회 집단의 2차 가해까지 벌어지며 피해자들을 더 궁지로 몰아넣었는데요. 당시 밀양 경찰 중 1명은 “네가 밀양 물을 흐려놨다”고 말하거나, 노래방 도우미에게 “피해자랑 너랑 똑같이 생겨서 밥맛이 떨어진다”는 인신공격성 뒷말까지 서슴지 않았죠. 당시 밀양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밀양 성폭행 사건의 책임은 여자에게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64%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들의 현 상황이 드문드문 온라인에 공개되기도 했지만, 잠깐 공분이 일었을 뿐 또 흐지부지돼 왔는데요. 그런데 2024년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에 대한 분노 여론이 새롭게 들끓어 오른 겁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캡처

1일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에는 ‘밀양 성폭행 사건 주동자 ○○○, 넌 내가 못 찾을 줄 알았나 봐?’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되면서 시작됐죠. 나락 보관소는 해당 가해자 B 씨가 밀양에서 ‘대빵’이라 불리던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였고, 현재 결혼해 딸을 낳고 잘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 B 씨가 경북 청도군에서 친척과 함께 유명한 맛집을 운영 중이라고도 덧붙였죠. 분노에 찬 네티즌들이 해당 식당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고, 결국 식당 주인은 B 씨가 직원으로 일했던 사실을 인정하며, 불법건축물 신고를 받고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이어 나락 보관소는 3일 가해자 C 씨가 김해의 한 수입차 업체에서 볼보를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후 비난이 쏟아지자 해당 업체는 C 씨를 해고했죠. 이후에도 밀양의 한 공단에서 근무 중인 D 씨를 포함해 다른 가해자들도 연이어 공개됐습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판슥’ 캡처

유튜버 ‘나락 보관소’ 이외에도 유튜버 ‘판슥’이 ‘밀양 성폭행 사건’ 영상을 대거 올렸는데요. 판슥은 직접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에게 받았다며 판결문과 피해자와 통화한 내용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현재 영상은 삭제된 상태지만, 해당 판결문은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진 상황입니다.

가해자가 꼭꼭 숨겨졌던 2004년과 달리 정말 개명한 이름을 포함해 직업, 가족관계 등이 낱낱이 파헤쳐지고 있는데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한 현재, 가해자들의 직장 홈페이지, 전화 등을 통해 엄청난 민원 폭주를 만들고 있는 탓입니다.

가해자들의 신상 폭로에 응원글이 이어지자 해당 사건을 바탕으로 했던 과거 영화 ‘한공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요. ‘한공주’는 밀양 여중생 사건을 소재로 만든 2013년 개봉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한공주(천우희 분)가 성폭행 피해 이후 전학을 다니며 평범한 삶을 되찾고자 애쓰는 과정이 메인 스토리인데요.

출처=네이버 영화

물론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관계가 많이 각색됐지만, 밀양 성폭행 사건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피해 다녀야 했던 일부터 가해자들의 뻔뻔함이 동일한데요.

영화 속 가해자들은 ‘약물’을 먹이고 한공주에게 위협을 가하지만, 실제로는 폭행과 협박, 가해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들먹였죠. 한곳에 모여 서로 성폭행을 묵인하고 이를 즐기는 모습은 실제와 같았는데요.

집단 가해를 당하고도 전혀 보호받지 못했던 피해자가 학교에서 가해자 학부모들의 집단행동에 그대로 노출된 점 또한 같습니다. 영화에서 가해자들의 부모는 한공주가 전학 간 학교에 쳐들어와 합의서를 요구했는데요. 실제로 가해자 A 씨는 이 같은 공포에 학교를 떠나야 했죠. 한공주의 피해 사실을 알고 ‘피해자’로 바라보기보다, ‘문제가 있는 아이’로 취급하고, ‘도와주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합의’를 부탁하는 과정 또한 보는 이들이 고통스러울 지경입니다.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고 말하는 한공주의 처연한 외침 또한 분노를 불러일으키죠.

물론 유튜버들의 ‘사적 제재’에 대한 비난도 존재합니다. 여론이 호응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자들의 고통은 뒷전이 됐다는 건데요. 신상이 공개된 가해자들은 해당 유튜브 채널들 고소에 나섰습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경찰청은 밀양 성폭행 유튜브 영상들과 관련해 무단으로 개인 신상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이 5건 접수됐다고 밝혔죠.

이런 가운데 피해자 측도 목소리를 냈는데요.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하나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 측은 유튜버가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도 없다”고 알렸습니다.

또 피해자의 여동생이라 밝힌 한 게시자가 판결문 공개 등을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죠. 그러면서 “피해자는 당시 판단력도 없는 상태에서 지금은 기억도 없는 유튜버의 영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유튜버는 이 일에서 모든 언급을 하지 말아달라”라고 부탁했습니다.

사적 제재를 응원하는 마음, 이를 비판하는 의견,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과정이 한 갈래로 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인데요. 가해자는 벌을 받고, 피해자는 도움을 받는 그 ‘단순함’이 이뤄지지 못한 과거의 ‘업보’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혼란을 일으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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