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의 세무톡톡] 압구정 현대 80억에 산 청년, 자금출처 스스로 밝힌 이유
[땅집고] 최근 30대 젊은 자산가, 이른바 ‘영 리치’(Young rich)들이 서울 초고가 아파트를 연이어 매입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에는 1989년생, 30대 중반인 청년 A씨가 가수 장윤정· 방송인 도경완 부부가 보유하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44㎡를 120억원에 구입했죠. 등기부등본을 보니 별도의 근저당권 설정을 하지 않아 전액 현금으로 매매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여 주목받았습니다.
1992년생으로 올해 32살, 더 어린 B씨 역시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96㎡를 80억원에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다고 해요. 그런데 B씨의 경우 지난달 19일 스스로 자금 출처를 밝혀서 더욱 화제를 몰았는데요.
B씨의 대리인은 “B씨는 소득이 높은 중견 전문 직업인으로 독립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실거주를 위해 ‘압구정 현대’를 매입했다”며 “보유하던 자산과 본인 소득 등에 기초해 정당한 금융거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더불어 B씨는 80억원 매매대금 중 14억원은 다른 금융기관에 근저당을 설정해 대출받았고, 나머지 66억원은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으로 마련했다고 해요. 그가 고액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는 B씨의 부친이 배터리 등을 만드는 한 코스피 상장회사의 대표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B씨는 2022년 아버지로부터 300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을 증여받았고, 최근 1년간 받은 배당금만 15억원 정도라 이자 지급 및 대출 상환 능력이 충분하다고 해요.
B씨가 압구정 현대를 매입하면서 쓴 80억원을 어디서 구했는지 이렇게 자세히 공개한 이유가 다 있습니다. 국세청이 소득과 연령에 비해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국민에 대해서는 자금 출처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칫하면 편법 증여 혐의로 본인 뿐 아니라 부모님과 회사까지 조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국세청이 자금출처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재산 취득일 전이나 채무 상환일 전 10년 이내에 주택과 기타 재산 취득가액 및 채무상환 금액이 일정 기준 이상이거나 ▲주택취득 자금 혹은 기타 재산 취득 자금 및 채무상환 자금 합계액이 총액 한도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입니다. 이 때 주택자금 부족액이 1억5000만원 미만으로 비교적 소액이거나, 총액이 2억원 미만인 30세 이상~40세 미만 국민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요.
만약 조사 대상자가 배우자나 직계존속, 혹은 직계비속으로부터 취득 자금을 증여받은 혐의가 있다면 이들까지 동시에 조사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습니다. 또 가족 회사로부터 자금을 유출한 혐의가 있는 경우에도 해당 회사가 통합 세무 조사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럼 부동산을 구입한 돈이 어디서 났는지는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요. ▲신고한 소득이 있는 경우라면 소득금액에서 소득세 등 공과금을 차감한 금액 ▲상속이나 증여 받았을 경우에는 재산가액에서 상속·증여세를 차감한 금액 ▲재산을 처분해서 마련한 자금일 경우는 양도대금 중 양도소득세 등 공과금을 차감한 금액 등을 제시해야 해요. 만약 입증하지 못하는 금액이 2억원 이상이거나, 재산취득 금액의 80% 이상을 소명하지 못하면 국세청은 이 금액을 소득이 있는 배우자 또는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세금을 매깁니다.
과거에는 국세청이 주택 취득 자금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부동산 소유권 이전 몇 달 뒤 등기 자료를 받아서 직접 분석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서울 강남·서초·용산·송파구 조정 지역에선 거래가격과 상관없이 모든 주택거래(분양권·입주권 포함)계약을 체결하고 30일 내로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주택 취득 자금 조달 및 입주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요. 매수자 본인이나 공인중개사가 주택을 손에 넣는 데 사용한 돈을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지를 적은 서류인데, 부동산 거래 계약 신고서와 함께 제출해야 해서 매수인이 잔금을 치르기 전에도 국세청이 자금 출처를 분석할 수 있죠.
만약 고가의 부동산을 매입할 때는 국세청이 자금출처 세무조사를 실시할 것에 대비해, 자금출처를 정확하게 입증할 준비를 미리 해두면 좋겠습니다. /글=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편집=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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