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만 생긴다.”
빠른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주민들 사이 불필요한 갈등만 초래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기존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려 반목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신통기획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가장 강하게 나오고 있는 곳은 2022년 12월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337-8 일대다. 신통기획을 통한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서대문구청에 후보지 해제신청서를 접수한 뒤 수차례 집회를 여는 등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땅집고와 만난 비대위 관계자는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을 재검토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됐음에도 서대문구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주민들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만 생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정비구역 해제 목소리 높은 남가좌동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사전검토 요청 단계에서는 주민동의율은 30% 이상이어야 한다. 사업 초기 주민갈등을 최소화하고 사업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남가좌동 역시 이 요건을 충족해 후보지로 지정됐다.
그러나 비대위가 집계한 신통기획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 비율은 토지 등 소유자 총 705명 중 225명으로 31.91%다. 이를 토대로 서대문구에 신통기획 해제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서대문구가 이를 묵살하고 강행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변경’ 고시에 따르면, 정비 계획 수립 단계에서 토지 등 소유자 2분의 1,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 동의가 있어야 한다. 기존(토지등소유자의 3분 2, 토지면적 2분의 1이상)보다 완화됐다. 여기에 입안 재검토(토지등 소유자 20% 반대 시), 취소(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반대 시) 조항이 신설됐는데, 남가좌동의 경우 입안 취소 요건을 충족한다.
서대문구청 신속통합팀 관계자는 “5월 말까지 남가좌동 찬성, 반대 비율을 집계하고 찬반 양측에도 결과를 통지했다”며 “아직 재검토나 취소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곧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회의를 통해서 방침을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가좌동처럼 초기에 찬성이 많아 후보지로 선정됐고, 반대 목소리가 뒤늦게 나오는 경우는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반대 측 의견이 강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찬성 측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투기세력이 파고들었다는 점도 비대위 측이 신통기획 해제를 요구하는 이유다. ‘토지 등 소유자’라는 재정비계획 신청인의 자격만 갖추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거주 기간 등 다른 요소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 밖에도 토지보상이 시세가 아닌 공시지가 기준인 점, 공사 과정에서 치솟는 분담금 부담 등을 이유로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대위 측은 “통합심의라 사업 진행이 빠르긴 하겠지만,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재개발이 꼭 필요한 곳은 해야겠지만, 주민들이 반대하는 곳은 멈춰야 한다. 정확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보상도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 “더 이상 이웃사촌 아니야” 찬성과 반대로 갈라진 주민
그보다 심각한 문제는 주민들 사이에 피어난 불신이다. 추진위, 비대위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재개발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일반 주민들 사이 갈등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 남가좌동 신통기획 후보지 지정 후 추진위와 비대위 사이에서는 고소,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활동을 하다보면 주민들끼리 싸움이 난다.재산이 걸려있는 문제이다보니 악에 받친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도 멀어지고 있다. 찬성 측 주민들은 재정비를 반대하는 측을 임대 수입이 끊길까 걱정돼 지역 재정비를 가로막는 사람들로 바라본다. 반대 측 주민들은 찬성 주민들이 추진위의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분담금 인상 등 여러 문제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이제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부모가 신통기획을 찬성하냐 반대하냐에 따라 아이들도 편이 갈라져 갈등이 생겼을 정도”라며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인데,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재개발은 전면 철거하고 새로운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지금의 터전을 잃고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다”며 사안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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