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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의 문화살롱] 한복, 아는 만큼 보인다…체계적 교육으로 K-패션 더욱 널리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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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화체육관광부
지난 4일 경북 상주 한국한복진흥원에서 열린 ‘한복 분야 정책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지수현 원광디지털대 교수, 이수원 문체부 과장, 김남희 돌실나이 대표, 서정화 서정화한·옷 대표, 이민주 전통한국연구소 연구원, 권혜진 한복스튜디오 혜온 대표, 김용식 한복데이 대표, 박인숙 한국의상금실 대표, 김상철 경북 문화관광체육국장, 박후근 한국한복진흥원 원장, 장동광 공진원 원장, 전병극 문체부 차관, 강영석 상주시장, 금기숙 유금와당박물관 관장, 김재수 경북문화재단 대표. [사진=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오는 9월 ‘전통문화산업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한복의 일상화와 산업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체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이하 공진원)과 함께 지난 4일 경북 상주 한국한복진흥원에서 ‘한복 분야 정책토론회’를 열고, 한복의 일상화와 산업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전병극 제1차관은 토론회에 참석해 한복인들을 격려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전 차관은 “한복 문화가 한국 문화의 대표 분야로 나아가고, 한복을 비롯한 전통문화가 체계적인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9월 시행을 앞둔 ‘전통문화산업진흥법’은 전통문화를 산업 관점에서 육성하고 진흥하기 위해 작년 9월에 제정한 법이다. 전통문화와 전통문화산업에 대한 정의뿐만 아니라 기본계획 수립, 전담기관 지정, 인력 양성, 연구개발 등 산업 진흥을 위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문체부는 법 시행 전까지 이번 토론회와 같이 분야별·권역별 정책토론회를 열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신규 사업 등을 발굴해 전통문화 산업 육성을 위한 초석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전병극 차관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토론회에서는 한복 관련 종사자와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전통의상인 한복은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담고 있는, 우리가 지켜가고 계승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복은 우리 일상 속에서 세시 풍속, 관혼상제 등 전통문화에 대한 의식 변화로 다소 그 가치가 위축된 상황이다.
 
‘2022 한복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복 사업체(제조업·소매업) 수는 3608개, 종사자 수는 4844명, 매출액은 1420억원으로 집계했다. 한복 제조업과 소매업 분야 사업체와 종사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며, 종사자 규모별로 1~4인 등 영세한 사업체가 대부분이다. 1인 업체가 77.5%를 차지했다.
 


현재 한복 시장은 기성세대가 예복 등으로 사용하는 ‘전통 한복’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으로 입는 ‘생활 한복’으로 이분화돼 있다.
 
‘한복업계 산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인접 분야 연계 방안’에 대해 발표한 권혜진 한복스튜디오 혜온 대표는 “2000년대 중반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패션(생활)한복은 대중문화와 협업하며 사회적 관심과 힘을 얻었다. 마니아층에서 시작된 패션 한복 소비층이 확장하고 있다”며 “MZ세대가 소비자에서 공급자로 성장하면서 MZ세대 감성의 패션한복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한복 문화도 다양해지고 있다. ‘입는 한복’에서 ‘보는 한복’으로 변화 중이다. K-팝 가수인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뉴진스 등이 무대에서 입은 한복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아가 경복궁 등 궁궐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거나 생활 한복을 입고 여행을 가는 등 ‘즐기는 한복’ 문화도 확산 중이다.
 
권 대표는 “입는 한복에서 보는 한복으로, 보는 한복에서 즐기는 한복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한복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한복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복 교육 현주소는 심각하다. 현재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중 한국 복식사 전문 교수가 있는 곳은 이화여대 등 3곳에 불과하다. 학생들 취업률이 떨어지는 것이 이유다.
 
권 대표는 “한복 교육은 전통을 계승한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패션 산업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한국적인 것을 내재화하고 새롭게 해석해야 전 세계에 통하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가 과목에서 빠지게 되면 역사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의상학과에서 한국 복식 수업을 필수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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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지난 4일 경북 상주 한국한복진흥원에서 열린 ‘한복 분야 정책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이민주 한국학중앙연구권 전통한국연구소 중견연구원은 ‘한복 입는 문화 가치 확산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연구원은 “지역별 특색 있는 의례 재현 행사를 활성화하면 대중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복식에 대한 고증은 중요하다”며 “한복을 입으라고 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신소재 개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의례 재현 행사나 신소재 개발 등은 연구나 고증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단기간 1년 예산이 많은 점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운 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금기숙 유금와당박물관 관장이 진행을 맡은 가운데 토론회가 이어졌다. 김용식 한복데이 대표, 지수현 원광디지털대 교수, 서정화 서정화한·옷 대표, 박인숙 한국의상금실 대표 등이 토론자로 나서 우리 고유의 한복 문화를 오늘에 맞게 어떻게 계승하고 산업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를 폭넓게 논의했다.
 


지 교수는 “한복의 원형을 교육하고 전승하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 서양 사람들에게 한복이 한국 패션의 모태인 것을 알려야 한다”며 “원형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대학 수업 등에 정책적인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초·중·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한복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서정화 대표는 “2시간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이 ‘우리 한복이 너무 예쁘다’고 좋아한다”며 “현재는 전국 4개 시에서만 진행되는데, 더 많은 지자체에 교육이 정착하고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 대표는 “재외동포 중 전통 복식과 한복을 알고 싶어하는 분이 많다. 한류 덕분에 한국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늘어났다”며 “각각 흩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한복 교육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것이 세계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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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지난 4일 경북 상주 한국한복진흥원에서 열린 ‘한복 분야 정책토론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처에서 한복대여점을 운영 중인 김용식 대표는 “일부에서 ‘퓨전 한복’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걸 알고 있다”며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자신이 입을 ‘퓨전 한복’을 미리 정해 놓고 매장을 방문한다. 권장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현실적인 부분을 토로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의상 감독을 맡은 금기숙 관장은 “패션은 대중이 만든다. 경복궁 ‘코스프레 한복’은 스트리트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고 짚었다.
 
장동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한복이 전통의상 범주를 넘어 한문화의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한복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생성돼 궁극적으로 K-컬처의 세계적인 확산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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