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 M&A 역사 쓴 KB금융, 우량 계열사 선점 빛봤다 [금융지주 성장동력 Key M&A 변천사 (2)]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국내 은행지주의 역사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5대 금융지주(신한, KB, 하나, 우리, NH)의 M&A(인수합병)를 거쳐 성장한 계열사 별 변천사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KB금융그룹은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곳으로 꼽힌다.
지난 2008년 지주 출범과 함께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온 KB금융은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각 계열사의 경쟁력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는 추가적인 M&A보다는 기존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에 역량을 집중하며 수익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은 1조2605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1조5506억원)와 비교한 18.7% 감소했는데, 시장금리 변동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유가증권 및 파생상품·외환 관련 실적이 약세를 보이면서 기타영업손익(2704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57.5% 감소한 여파가 컸다.
반면 순수수료이익은 990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 증가했다. ELS 판매 중지 등 어려운 영업 환경 속에서도 브로커리지 수수료와 IB 부문 성과에 힘입어 증권업 수입수수료가 늘었고 비용 효율화 노력으로 신용카드 수수료 이익도 증가한 결과다.
KB금융의 비이자이익은 2021년 4조9106억원에서 2022년 2조2653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4조874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4조원대를 회복했다. 같은 기간 순수수료이익은 3조6260억원, 3조5150억원, 3조6740억원으로 3조원대를 유지 중이다.
총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3.9%에서 2022년 16.4%로 떨어졌으나 작년 25.2% 수준으로 높아졌다. 올 1분기 기준 비이자이익 비중은 28.6%로 1년 전(35.4%)과 비교해 6.8%포인트 하락했다.
KB금융의 비은행 순이익 비중(단순 합산 기준)은 2020년 33.5%에서 2021년 41.3%까지 뛰었다가 2022년 27.9%로 낮아졌고 지난해 기준 29.6%로 30%대 회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올 1분기 기준으로는 62.9% 수준을 기록했다.
KB금융은 비은행 비중과 비이자 비중을 4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KB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는 적극적인 M&A를 통해 완성됐다. KB금융은 2008년 9월 금융지주사로 출범한 뒤 크고 작은 M&A를 거친 결과 현재 11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2008년 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서 후보자의 M&A 비전 과 전략, 역량 등에 초점을 맞췄다. M&A가 중요해진 금융 환경과 KB금융의 강력한 M&A 필요성 등을 고려해서다. 특히 경영의 중심축을 은행에서 지주사로 옮기고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당시 국민은행은 금융권에서 자본력과 이익 창출력 면에서 선두를 달렸지만, 시가총액과 자산 규모 면에서는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를 나타냈다. 소극적인 M&A로 비은행 부문 사업 다각화가 미흡했던 탓이다.
KB금융의 M&A 역사는 다사다난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6년 당시 론스타 소유의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해 본계약까지 체결했지만 론스타 먹튀 논란과 검찰 수사 등 악재가 겹치며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2011년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메가뱅크 논란에 또다시 물러났다. 2012년에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했지만, 당시 어윤대 회장과 사외이사진의 이견이 확산하며 무산됐다. 2013년 도전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증권·자산운용·생명보험·저축은행) 인수전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결국 인수에 실패했다.
2015년에는 우여곡절 끝에 LIG손보(현 KB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했지만 예상치 못한 미국법인 부실 문제가 불거지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같은 해 ‘한국형 BoA메릴린치’를 꿈꾸며 참여한 대우증권 인수전에서는 미래에셋금융그룹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KB금융의 M&A 성과는 2016년부터 본격화됐다. 경쟁사보다 계열 증권사의 규모나 순익 면에서 뒤처졌던 KB금융은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사들이며 그룹 M&A 역사를 새로 썼다.
당시 국내 20위권 증권사였던 KB투자증권은 현대증권과의 합병으로 자기자본 4조원 규모의 업계 ‘빅 3’ 증권사로 도약했다.
2020년에는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2조3000억원에 지분 100%를 인수하며 종합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푸르덴셜 인수 건은 현재까지 국내 보험사 M&A 역사 중 가장 큰 ‘빅딜’로 꼽힌다.
현재 KB금융 비은행 부문의 이익 대부분은 보험 자회사에서 창출되고 있다. KB손해보험의 올 1분기 순이익은 29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늘었다.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중심으로 손해율이 큰 폭으로 개선된 가운데 계약서비스마진(CSM) 증가로 보험영업손익도 확대된 결과다.
KB증권은 지난해 1분기보다 40.8% 증가한 19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및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전망 기대감에 따른 개인 거래대금 증가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확대됐고 리테일 채권 등 금융상품 판매도 증가했다.
KB국민카드의 순이익도 1391억원으로 6.96% 증가했다. KB라이프생명과 KB자산운용, KB캐피탈은 각각 1034억원, 186억원, 6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KB손해보험의 순이익은 2019년 2340억원에서 2020년 1640억원으로 줄었다가 2021년 3020억원, 2022년 5570억원, 2023년 7530억원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의 합산 순이익은 1조91억원으로 그룹 전체 순이익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KB증권은 2019년 2580억원, 2020년 4260억원, 2021년 5940억원까지 순이익이 늘었다가 2022년 1880억원으로 급감했으나 2023년 3900억원으로 회복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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