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장, 통신·여행·차…비금융 신사업 진심 [비이자로 성장전환]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4대 시중은행이 비금융 신사업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수익 구조 다변화가 필수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한동안 중단했던 금산분리 규제 완화 추진을 재개할 조짐을 보이면서 비금융 진출에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알뜰폰(MVNO) 망 도매제공 사업자 선정 절차를 거쳐 LG유플러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알뜰폰 사업 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경쟁 입찰 공고를 냈다. 당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모두 입찰에 참여했다.
우리은행은 최종 선정된 LG유플러스와 다음달 중 알뜰폰 도매대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해 시장에 안착한 뒤 다른 통신사로 망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KB국민은행의 ‘KB Liiv M(리브엠)’도 LG유플러스 망을 시작으로 3사망으로 제휴를 확대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추후 통합 앱 ‘뉴원’과 알뜰폰 서비스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노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알뜰폰 사업 추진 전담 조직 운영해왔다. 현재 은행장 직속 신사업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인력 채용과 요금제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알뜰폰 사업은 지난 4월 금융당국이 리브엠을 은행 부수 업무로 인정하면서 가능해졌다. 국민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도 별도 신고 없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리브엠은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국민은행이 그해 12월 출시한 알뜰폰 서비스다. 금융과 통신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국민은행의 야심작으로 주목받았다. 올 4월에는 금융권의 비금융 사업 최초로 금융위원회의 은행 정식 부수업무로 지정됐다.
국민은행은 리브모바일 출범 당시 100만 가입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리브엠 가입자 수는 2021년 5월 10만명, 2022년 5월 3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2월 4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기준 총 42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시장 점유율은 5%를 기록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글로벌 여가 플랫폼 ‘야놀자’와 금융ㆍ여행서비스 연계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과 야놀자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금융·여행 서비스 연계 사업 추진 ▲온라인 플랫폼·오프라인 공동 마케팅 ▲데이터 기반 제휴 사업 확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자체 배달앱 ‘땡겨요’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땡겨요 이용자에게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3.0% 금리를 적용하는 ‘땡겨요페이’를 선보였다.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도 늘리고 있다. 땡겨요는 서울시 6개구(광진구, 구로구, 용산구, 서초구, 은평구, 성동구), 충북, 전남, 세종, 광주, 대전 등 16개 지자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지역 기반을 늘려왔다.
하나은행도 쿠팡, 당근 등 플랫폼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은행들이 비금융 신사업에 뛰어드는 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은행의 총이익(16조6000억원) 중 이자이익(14조9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했다.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해 슈퍼 앱, 개인 맞춤형 서비스, 신용평가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하려는 복안도 깔려 있다. 은행들은 하나의 앱에서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생활금융플랫폼화를 추진하며 고객 유입을 노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다시 박차를 가하는 점은 은행의 비금융 사업 진출에 긍정적인 대목이다.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환대출 서비스 1주년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산분리 완화는 재벌과 은행 간 이슈가 아니라 종전 개념에서 벗어나 금융사가 첨단기술을 이용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전자 장비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첨단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면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하나하나 막힌 규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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