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경제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의 국민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100% 아래로 모두 내려왔다. 가계부채 둔화세 때문이 아닌 GDP 기준 연도 개편에 따른 결과다.
GDP가 대폭 증가한 결과 단 한번도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준점인 100% 선을 넘은 적이 없게 됐다. 어부지리로 가계부채 비율이 100% 밑돌긴 했지만 한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여전히 주요국 가운데선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한국은행·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기준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하면서 100.5%에서 93.5%로 7%포인트 떨어졌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 역시 122.3%에서 113.9%로 8.4%포인트 낮아졌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규모는 그대로지만 모수인 경제 규모(GDP)가 커지면서 가계나 기업 빚의 비율은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이다. 새 시계열에서 2020년의 명목 GDP는 2058조원으로 2015년을 기준으로 삼은 기존 시계열상 규모(1941조원)보다 6%나 늘었다.
이를 적용한 가계부채 비율은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 105.4%에서 98.7%로 떨어진다. 이후엔 2022년 97.3%, 2023년 93.5%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기준년 개편에 따라 가계부채 관리 목표를 달성하게 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 안정을 제약할 수 있다”며 “현재 100%를 넘는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목표 달성을 이루긴 했지만 문제는 세계적 수준으로 보면 여전히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상위권이란 점이다.
지난 7일 기준 국제금융협회(IIF)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의 경우 스위스(126.3%), 호주(109.6%), 캐나다(102.3%) 다음이다. 한국을 제외한 41개국 평균치 45.3%를 크게 웃돈다. 이외 홍콩(92.9%) 태국(92.1%) 뉴질랜드(91.5%) 덴마크(91.1%)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이들 나라는 인구 5000만명에 미치지 못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들을 제외하면 한국은 4년째 전세계 최고 수준의 비율에 머무르고 있다. 영국(78.7%), 미국(72.9%), 일본(63%), 중국(62.1%) 등 주요국과 격차는 상당하다.
건전성 정책을 느슨하게 운용해선 안 된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금명간 지난해 말 기준 각국의 부채 비율을 공개할 예정인데 당장 한국의 기준 연도 개편 결과를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수준이 다른 나라들 대비 여전히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추세적으로 하향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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