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 하면 떠오르는 차, 준대형 세단 ES300h. 오랜 기간 국내 수입 승용차 렉서스 모델 판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ES 시리즈는 훌륭한 승차감과 정숙성, 최상급 연비를 자랑하는 토요타 그룹 대표 자동차 라인업 중 하나다. 실제로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해당 모델은 지난 1~5월 국내 수입 승용차 누적 등록 대수 2960대를 기록하며 렉서스 브랜드 중 1위, 수입차 판매량 5위를 기록 중이다. 올해도 그 인기가 여전하다.
처음에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인기가 더 높은 요즘 왜 세단형이 제일 인기가 많지?’, ‘출시한 지도 꽤 됐는데 왜 인기가 많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으나, 직접 타 보면 알게 된다. 생김새는 세련됨과 다소 거리가 있긴 해도, 한 번만 타 보면 특유의 쫀쫀한 주행감과 압도적인 연비, 부드러운 스티어링 휠 등 장점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그리고 왜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이 모델을 ‘현실 드림카’로 꼽길 주저하지 않는지도 말이다.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큼직한 ‘모래시계 그릴’
일단 첫인상은 렉서스 특유의 왠지 모를 험상궂음(?)과 중후함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헤드라이트와 아랫부분이 더 큰 모래시계 모양의 ‘스핀들 그릴’ 때문인데, 다소 예스러운 디자인인 것은 부정하기 어렵겠으나 고급차로서의 감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애초에 렉서스가 4~50대 소비자들을 타겟층으로 삼는 브랜드인 데다, 7세대 모델이 출시된 지도 벌써 6년이 지난 만큼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스핀들 그릴은 렉서스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로, 지난 2011년 뉴욕 모터쇼에서 컨셉카인 LF-GH를 통해 처음 공개된 후 2012년 LF-GH의 양산형 모델인 GS에 적용되며 렉서스의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시작은 2007년 발표된 IS-F 모델이라는 설이 유력한데, 해당 모델에 탑재된 423마력 5.0리터 V8 엔진을 냉각하기 위해 공기 흡입구의 크기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디자인이 처음으로 고안됐다고. 하지만 그릴을 통해 엔진 열을 식힐 필요가 없어진 전기차 시대에 와서는 차 전체에 해당 디자인을 적용한 ‘스핀들 바디’로 변용돼 그 가치를 이어오고 있다.
내부 디자인, 클래식하지만 품격은 충분
내부 디자인은 외부보다는 좀 더 클래식한 맛이 강하다. 시트나 암레스트(팔걸이)의 가죽 등 내장재들은 확실히 고급스럽지만, 그 형태나 구성 자체는 한 세대 이전의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직선에서 곡선으로 이어지는 전반적인 뉘앙스나, 가죽이 다소 쭈글쭈글해진 변속 레버, 디스플레이 좌측에 자리한 아날로그 방식의 시계 등이 그렇다(요즘 어린아이들은 아날로그 시계를 못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용하다 보니 적절한 곳에 잘 배치된 물리 버튼 등으로 편의성도 높은 데다 디스플레이도 12.3인치로 충분히 넓고, 내장재의 고급스러움도 갖춘 만큼 ‘이 정도면 탈만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기에 기자가 탄 최상위 트림인 ‘이그제큐티브(Executive)’의 경우 마크 레빈슨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하는 등으로 타는 맛도 더했다. 다만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경우 사용자의 입맛대로 정보를 나타낼 수 없고, 파노라믹 뷰의 경우 화질이 약간 떨어진다는 점 등 아쉬운 포인트는 존재한다.
2열 머리 공간(헤드룸)은 174cm 성인 남성 기준 주먹 1개 반 정도가 들어가며, 다리 공간(레그룸)은 주먹 2개 반~3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트렁크는 준대형급 세단답게 무난한 편.
쫀쫀한 주행감, 부드러운 스티어링 휠은 발군
파워트레인(동력장치)은 2.5ℓ(리터) 4기통 D-4S 가솔린 엔진을 비롯해 △2개의 전기 모터 △e-CVT 변속기 △대용량 배터리 등으로 구성됐다. ‘펀 카(Fun Car)’ 성격의 차는 아니지만, 편안하면서도 쫀쫀한 주행감이 어느 정도 달리는 맛까지 충족시켜 준다. 가속 페달의 경우 비교적 민감하게 세팅돼 있지만 출력이 엄청나게 강력하진 않은 인상이다. 시스템 총출력은 218마력, 최고 출력은 5700rpm, 최대 토크는 22.5kg·m이다.
드라이브 모드의 경우 에코, 노멀, 스포츠 3가지로 나뉘는데, 에코모드의 경우 확실히 페달이 무거워지면서 주행감에 약간의 쫀쫀함이 더해지는 느낌인 반면 스포츠의 경우 은근하게 가속감을 더하는 느낌이다. 조작은 스티어링 휠 우측 후방의 물리 노브를 돌리는 방식으로 버튼 방식 대비 재미있어 좋다.
또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스티어링 휠의 엄청난 부드러움이다. 이는 렉서스 브랜드 차량 대부분이 갖고 있는 장점에 해당하는데, 좌우 어느 방향으로 몇 바퀴를 굴리든 놓았을 때 핑그르르 돌며 자연스럽게 손안에 다시 ‘착’하고 감기는 이 느낌은 렉서스 사용자들이 다시금 이 브랜드의 차량을 구매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적어도 기자가 지금까지 탔던 브랜드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어디 그뿐인가. 엔진 소음이 약간 있긴 해도 이중 접합 유리 등을 통해 괜찮은 수준의 정숙성도 담보되는데, 창문의 유리가 올라가는 마지막 부분에서 살포시 닫히게끔 설정이 돼 있어 섬세한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겉으로는 잘 모를 수 있겠지만, 타 보면 품격이 느껴지는 부류의 차인 셈.
또한 순수 전기차처럼 전기 모터만을 활용한 주행이 가능한 ‘EV 모드’의 경우 40km/h 이하의 속도에서만 활용이 가능하다. 그 활용 폭이 넓지 않은 점은 아쉬울 순 있겠지만 이는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의 특성이기도 하고, EV모드가 아니더라도 애초에 주행감 자체가 부드러운 편이기 때문에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아니다.
최고 강점은 역시 연비… ‘20Km/ℓ는 기본’
하지만 이 차의 최대 강점은 무엇보다 토요타의 막강한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연비에 있다. 애초에 렉서스가 ‘기름 냄새만 맡아도 간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타 보면 ‘웬만큼 가혹한 주행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쉽게 고(高)연비 주행이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이 충분히 든다. 복합 연비는 17.2km/ℓ이지만, 살살 몬다면 그 이상의 연비도 충분히 달성 가능한 녀석이기 때문.
주행을 시작하고 고속도로를 타면 좀만 달려도 연비가 14km/ℓ가 넘어가는데, 계속 올라가더니 결국 최고점으로 22.8km/ℓ를 찍어버렸다. 그 이후로는 확실히 연비 상승에 한계도 있고, 준대형급의 무거운 체급 때문에 좀만 속도가 붙어도 연비가 약간 더 빨리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는데, 80km/h 이상의 고속주행을 하지 않는 이상 연비 20은 아주 쉽게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스포츠 모드를 켜 놓은 상태에서도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연비가 오른다.
고가의 차량임에도 ‘가성비’가 느껴진다
ES300h. 내·외부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점, 그리고 디지털 전환이 다소 더딘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을 갖춘 차가 아닐까 싶다. 이 가격대에서 ‘가성비’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차라는 생각이 드는데, 수입차, 특히 비싼 준대형급의 경우 애초에 가격대가 높은 데다 한 가지 정도는 큼직하게 아쉬움이 있는 편임에도 이 녀석은 그런 것이 거의 없는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주행감과 연비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운전자라면 이 차를 고려해 보시길. 적어도 1억원 이내의 준대형급 차량 중에서 이 정도의 가성비를 느낄 수 있는 차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 본다. 만약 기능은 만족하는데 그래도 디자인이 아쉬워 고민이 된다고? 그렇다면 오는 2025년 말로 예상되는 8세대 모델의 등장을 기대해 보시길.
이 차, 누가 사면 좋을까?
무엇보다 연비 & 주행감이 최우선인 오너
다음 완전변경까지 기다릴 수 없는 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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