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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의 슬레드(Sled) 시험 현장. 큰 폭발음과 함께 더미가 실린 시트가 41㎞/h의 속도로 앞쪽으로 튀어나갔다. 전방으로 밀린 시트의 충격에 더미의 목도 뒤로 젖혀졌다. 실제 도로 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후방충돌 상황이었다. 경추에 이어 머리가 좌석의 헤드레스트에 부딪혔고 잇달아 허리와 어깨, 등에도 충격이 가해졌다. 시트는 부서질 듯 크게 흔들렸지만 금세 복원됐다.
최태진 시트시험팀 책임연구원은 “더미에 부착된 수십여 개 센서를 통해 충돌이 발생했을 경우 시트에 가해지는 충격과 인체에 미치는 상해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하 20도의 복합환경진동 시험장에서는 숨을 쉴 때마다 입김이 흘러나왔다. 한가운데 놓여진 시트는 십여개의 마이크에 둘러싸여 실제 주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량의 진동을 재현하고 있었다. 복합환경진동 시험은 극한 상황에서도 시트의 기능, 소음 수준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공간이다. 영하 40도부터 영상 80도까지의 검증이 이뤄지며 100%의 습도 테스트도 진행한다.
시트연구센터는 또 시트 겉면의 내구성 검사, 에어백·열선 작동 시험까지 180여 개 항목을 검증하고 있다. 한 종의 시트를 검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만 2~3개월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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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트랜시스는 프랑스의 포비아, 미국의 리어 등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 J.D 파워가 발표한 시트품질 만족도 조사에서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4년 연속 톱3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대트랜시스의 지난해 매출은 4조 4000억 원으로 통합출범 시점인 2019년과 비교해 78% 성장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이 같은 검증기술을 바탕으로 미래모빌리티 신기술 개발에도 뛰어들고 있다. 기아가 공개한 목적기반차량(PBV) 시트가 대표적. 차량공간을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현대트랜시스는 앞뒤 전환이 가능한 ‘플립 시트’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미래 시트를 연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략에 맞춘 시트도 개발한다. 탑승객의 호흡이나 맥박을 확인하는 생체 신호 측정 기술, 체형을 인식하는 체압분포 모니터링 기술 등 기존의 자동차 시트에서 미래 모빌리티 시트로 나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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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항공교통(UAM) 분야에도 적극적이다. UAM은 배터리 힘으로만 20분의 비행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되는 시트도 안전은 물론 경량성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현재 현대트랜시스는 기존 차량에 비해 30~50% 가량 가벼워 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UAM과 관련해 현대트랜시스는 올해 3월 독일 국제 디자인 공모전인 iF 디자인 어워드 2024에서 수상도 했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자율주행 등 차량 기술이 발전되면서 시트도 다른 기술들과의 연동을 위해 고도화되고 있다”며 “미래 모빌리티 시트의 진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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