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날 땐 짜장면 우울할 땐 울면 복잡할 땐 볶음밥 탕탕탕탕 탕수육.”
2000년대 초반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나오던 짧은 노래 가사다.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당기는 음식이 있다. 이처럼 특정 감정을 느낄 때 생각나는 음식을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라고 한다. 서울시가 지난 2020년 전 국민 1만여명을 대상으로 ‘나를 위로하는 음식’을 조사한 결과 치킨은 떡볶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인의 컴포트 푸드를 치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치킨은 더 이상 컴포트 푸드 반열에 오르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부터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치킨값을 줄줄이 인상하면서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4월 오리지날과 허니콤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3000원씩 인상했다. 이에 오리지날은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허니콤보는 2만원에서 2만3000원이 됐다.
bhc치킨은 지난해 12월 대표 메뉴 뿌링클 가격을 1만8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3000원 인상했고, 굽네는 지난 4월 치킨 메뉴 9개 가격을 1900원씩, 푸라닭 치킨은 단품과 세트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인상했다. BBQ마저 지난 4일 대표 메뉴 황금올리브치킨을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인상했다.
치킨값이 오르면서 치킨 한 마리를 먹으려 해도 고민을 거듭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취향껏 메뉴를 고르는 일도 이제는 사치다. 구운 치킨과 튀긴 치킨 중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기보단 냉동 치킨으로 통일한다. 프랜차이즈 치킨에 배달료까지 포함하면 3만원대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아끼고 아껴도 얇아지는 지갑 사정에 취향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냉동 치킨 시장은 1558억원(매출액 기준)을 기록했다. 2022년 1410억원에서 약 11% 늘어난 수치다. 치킨값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취향을 내려놓고 가성비 치킨에 눈을 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치킨값이 소비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2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떡볶이·피자·햄버거 등 프랜차이즈 업계 가격 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잇단 외식물가 오름세에 지갑 사정을 헤아려 주는 삼각김밥이 조만간 ‘나를 위로하는 음식’에 이름을 올리는 건 아닐지 웃픈(웃기면서 슬픈) 미래를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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