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여수=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는 ‘무형'(無形)이다. 오늘과 다른 내일 날씨는 24시간 안에 알 수 있으나, 10년 뒤, 30년 뒤, 21세기 말을 논하는 기후는 사실 상상 같거나, 아득하게 멀기만 하다. 안 좋게 말하면 사기 치기 쉬운 수단이나 핑계가 될 수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뜨면서 실제로 많은 사기꾼이 기후 문제를 들먹거렸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는 가짜 바이오연료 폐기물을 고가의 연료인 것처럼 속여 유럽연합(EU) 기후정책을 악용한 사례가 확인됐다. 보스니아 회사 시스템 에코로지카는 폐식용유를 차세대 연료로 표기한 대두 바이오 디젤을 판매해 기소됐다.
더 큰 규모, 국가 단위로 사기를 친 뒤 국제적 도망자 행세를 하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 출신 사업가 시릴 아스트뤽은 탄소 할당량에 대한 부가가치세 사기 혐의로 징역 10년, 벌금 100만 유로(약 14억원)를 선고받고 전 세계를 도망 다녔다. 인터폴에 국제수배 되기도 했다.
환경운동가 레오는 시릴 아스트뤽의 범죄 사실을 추적했다. 이런 과정을 담은 게 마르탱 부도 감독이 연출한 ‘플래닛 킬러 : 탄소의 왕자'(Planet Killers: The Prince of Carbon)다.
레오는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의 파괴를 막기 위해 헌신하는 젊은 환경운동가다. 그는 이 영화 속에서 시릴 아스트뤽과 같은 사기꾼들을 잡아내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증거를 수집하고, 그들의 범죄를 폭로했다.
영화는 치열한 추격전과 대립을 통해 기후 사기와 탐욕이 어떻게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탄소 할당량 제도와 같은 복잡한 기후 정책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기후 변화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철저한 감시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탄소 봉이 김선달’ 시릴 아스트 뤼크 추적기는 30일까지 열릴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통해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됐다. 다만 영화관을 가지 않고, 집에서도 온라인으로 시청할 수 있다. 입장료 전액은 동남아시아 식물(맹그로브) 식재에 사용된다.
맹그로브는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의 다양성 보존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 지진해일(쓰나미) 등 자연재해로부터 해안선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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