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경쟁이 인공지능(AI) 분야로까지 번지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인 이동통신 관련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세가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면서다. 이통 3사는 나란히 올해를 본격적인 ‘AI 회사’로의 전환점으로 삼고 빠르게 관련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해 말 미국에서 AI 개인비서 서비스(PAA)를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SKT는 하반기 중 PAA 출시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는데 구체적인 시기는 연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도이치텔레콤·이앤그룹·싱텔그룹·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를 결성한 SKT는 이들과 함께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PAA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설립된 법인이 ‘글로벌 AI 플랫폼 코퍼레이션’이다. 해당 법인은 한국과 미국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현재 머신러닝 엔지니어,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채용을 진행 중이다. SKT는 AI 서비스 ‘에이닷’을 PAA로 진화시켜 글로벌 구독 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이다. 정석근 SKT 글로벌 AI테크 사업부장(부사장)은 지난 5월 열린 ‘AWS 서울 서밋 2024’ 기조연설에서 PAA에 대해 “일반 사용자들이 일상에 초거대언어모델(LLM)을 쉽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앞서 SKT는 6월 중으로 통신 전문 용어와 AI 윤리가치 등 내부 지침을 학습한 통신 특화 LLM인 ‘텔코 LLM’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고도화하기 위해 자체 LLM인 에이닷엑스를 비롯해 오픈AI ‘GPT’, 앤스로픽 ‘클로드’ 등 다양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파인튜닝했다. 앞으로 다양한 서비스에 텔코 LLM을 접목할 예정으로, 이는 SKT가 발표한 ‘AI 피라미드’ 전략의 핵심 축이다. PAA는 AI 피라미드의 최상층을 담당한다. 텔코 LLM을 해외 통신사들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AI 비서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와 AI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MS 본사를 직접 찾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AI와 클라우드 분야에서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한국형 AI·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국내 공공·금융 분야 고객을 대상으로 MS 기술을 활용해 ‘소버린 AI’를 개발한다고 발표한 점이 눈에 띈다. AI 학습·연산 데이터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자체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 내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MS와의 협력 방안을 오는 9월까지 구체화해 밝힐 계획이다.
앞서 김영섭 대표는 지난 2월 KT의 자체 언어모델인 ‘믿음’은 물론 여러 LLM을 함께 활용하는 ‘멀티 LLM’ 전략으로 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MS와의 협력 과정에서 MS의 언어모델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MS가 최대주주인 오픈AI와의 협력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믿음’의 경우 특정 산업에 특화된 소형언어모델(SLM)로 지속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LG유플러스 역시 회사 전반에 AI 존재감을 늘리고 있다. 현재 LG AI연구원과 협업해 통신 특화 LLM ‘익시젠’ 개발을 진행 중인 LG유플러스는 앞으로 자사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익시젠 등 AI 모델을 장착할 예정이다. 특히 이달 중 익시젠을 출시하기로 한 만큼 AI 강화 움직임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회사 측은 브랜드 슬로건을 ‘AI 전환으로 고객의 성장을 이끄는 회사(Growth Leading AX Company)’로 바꾸면서 ‘AI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통신 3사가 이처럼 초거대 AI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기존 통신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2조9452억원이던 통신 3사의 이동통신 부문 영업이익은 2022년 2조687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매출 기준으로 봐도, 지난 1분기 통신 3사의 이동통신 부문 매출 증가율은 모두 전년 대비 1%대에 그쳤다. 통신 3사는 이에 나란히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AI를 낙점하고, 자체 언어모델 개발은 물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을 위해서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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