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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엔튜닝] 기타라는 새로운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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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요즘 퀸시 존스의 책 <삶과 창의성에 대하여>를 읽고 있다. 이 시대 최고 재즈 뮤지션 중 한 명이자, 작곡가, 프로듀서인 그의 책을 읽게 된 것도 기타 덕분이다.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는 종종 여러 뮤지션의 삶이 궁금해졌다.

퀸시 존스는 대공황 시기 미국 최대 흑인 빈민가였던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에서 자랐다. 조현병으로 입원해 있는 어머니와 갱단에서 목수로 일하는 아버지 밑에서 희망이나 미래는 꿈꿀 수 없었다. 도둑질하러 들어간 지역 레크레이션 센터에서 피아노를 발견하곤 그의 삶이 송두리째 바뀐다.

손가락으로 건반을 눌렀을 때 체내 모든 세포가 “너는 평생 이걸 하게 될 거야!”라고 외치는 듯했다고 그는 회상한다. 놀랍게도 처음 피아노를 접한 퀸시 존스가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곡을 연주하고 즉흥 연주까지 했다는 점이다. 재능이란 이런 것일까. 이후 그는 음악이 들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퀸시 존스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성공 방정식이나 놀라운 창의력 비법을 궁금해한다. 퀸시 존스에게 창의력이란 ‘환경을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스리지 못할 때 할 수 있는 탈출법’이었으며, 이런 ‘부정적인 에너지를 창의성으로 변환했던 것 같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색소폰 연주가 벤 웹스터가 스무 살 퀸시 존스에게 했던 조언이다. “네가 가는 나라의 언어로 30개에서 40개 정도 단어를 배우도록 해. 언어를 배우면 그들은 너에게 음식과 음악을 가져다줄 거야. 그러면 그들이 듣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도록 해. 한 나라의 정신은 그 나라의 음악과 언어로 정의되기 때문이야.”

퀸시 존스 자신이 술회하듯, ‘세상의 다양한 음식, 특정 문화권에선 너무나 당연했던 주재료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면서 그는 음악과 음식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시카고 빈민가 출신인 그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언어와 음식, 음악을 접하면서 그의 앞에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고, 삶도 더욱 활기차졌다고 한다.

범인인 내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이의 자취를 감히 좇을 수는 없겠지만, 깨달은 바가 하나 있다. 음악도 하나의 언어인데 그동안 나는 너무 닫힌 자세였던 건 아닐까. 돌이켜보면, 우리말을 포함한 몇 개 언어를 더듬더듬 읽을 줄 아는 나는, 새로운 단어를 접할 때면 몰랐던 것을 알게 될 때 기뻤다. 더 나아가 그 단어가 나온 맥락이나 용례도 찾아보려 애쓰며 내 것으로 만들려 했다. 입에 붙지 않는 말을 여러 번 되뇌어보는 일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어째 기타만 잡으면 달라진다. 새로움에 눈 뜨고 즐기기보다 당장 눈앞의 것을 외우기에만 급급했다. 애초에 기억력이 좋지도 않은데 앞뒤 맥락 없이 무작정 외우려고만 들었으니, 코드 전환에 실패하거나 리듬이 꼬이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곡의 전반을 잘 이해했다면 적어도 리듬은 탈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이제라도 기타를 배울 때마다 나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해봐야겠다. 그렇다면 기타는 제3 외국어쯤 되려나. 환갑 무렵 이 언어를 마스터 한다면 내 남은 삶도 더 활기차지겠지.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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