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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이 국내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억누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이 자칫 기업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과다 소송으로 이어져 사법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경영 판단의 속도마저 느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7일 국내 법학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상법 개정안과 관련한 긴급 진단을 실시한 결과 상당수 전문가들이 이번 개정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법상 이사(경영진)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법무부 등과 공청회를 거쳐 의견 수렴을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경제 사령탑인 경제부총리가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충실 의무의 대상에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더하는 게 이번 개정의 요체다. 이렇게 되면 물적 분할, 전환사채 발행 등 오너 일가에 유리한 의사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조항들이 도리어 기업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타를 치는 주주도 있고 장기적 안목에서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도 있는데 모든 주주들의 의견을 통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런 의견 불합치가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결국 회사만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의 시설투자·연구개발(R&D)까지도 주주 소송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반도체 등 첨단 업종의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전 세계 기업들이 생존을 걸고 경쟁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 기업에만 이중·삼중의 족쇄를 채우고 불리한 운동장에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상법 외에도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이중 규제를 하고 있어 결국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 체계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말하는 밸류업은 타다 같은 혁신 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고 한계 산업에 대한 정상적 구조조정을 용인할 때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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