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에이티넘고성장투자조합’ 청산을 앞두고 꺼내든 클로버추얼패션 구주 매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펀드 청산일이 내년 3월로 다가왔지만, 보유 주식을 약 10% 처분한 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첫 투자 당시 클로버추얼패션 몸값을 270억원으로 책정했던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30배 불어난 몸값을 내세우면서 시장 외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한 구주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7일 VC업계에 따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작년 7월 시작한 클로버추얼패션 구주 매각을 1년 가까이 마치지 못하고 있다. VC 구주 매각은 통상 VC와 VC간 상호 거래로 이뤄지는 만큼 길어도 6개월을 넘지 않는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10월 신한벤처투자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부터 클로버추얼패션 구주 100억원어치를 8000억원 기업가치에 사들이며 처분에 속도가 붙는 듯했지만, 이외 인수 제안을 받은 VC 대부분이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내세운 클로버추얼패션 몸값 8000억원이 VC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8000억원은 2014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클로버추얼패션 첫 투자에 나서며 책정한 기업가치 270억원의 30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클로버추얼패션은 3차원(3D) 의상 시뮬레이션 기업으로 2009년 설립됐다. 섬유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의상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술이 핵심으로, 의상 샘플 배송을 생략할 수 있다는 점에 힘입어 패션 기업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클로버추얼패션이 가진 기술력이나 사업성 자체는 높게 평가하지만, 8000억원 몸값은 과한 측면이 있다”면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과한 몸값을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이번 클로버추얼패션 구주 매각은 펀드 만기가 임박한 데 따른 절차다. 최초 투자 당시 상장 회수를 노리고 에이티넘고성장투자조합으로 투자했는데, 상장이 요원한 상황에서 펀드 만기가 도래했다. 내년 3월 청산이 예정됐다.
시장에선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8000억원 몸값을 고수하는 한 구주를 떠안을 VC는 더는 없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클로버추얼패션은 지난해 실적마저 꺾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클로버추얼패션의 연결 기준 매출은 476억원, 영업이익은 9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약 5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9% 넘게 줄었다. 광고선전비를 대폭 늘리면서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돈을 쏟아 매출을 늘리는 방식의 캐시버닝은 더 이상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아니다”라면서 “특히 소비 침체 등으로 유통 관련 스타트업 투자는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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