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간 대한민국 상공을 수호해 온 F-4 팬텀 전투기가 임무를 마치고 퇴역한다. ‘하늘의 도깨비’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팬텀 전투기는 1969년 미국의 특별군사원조 형식으로 F-4D 6대가 도입된 것을 시작으로 F-4E, RF-4C(정찰기) 등 총 187대가 운용됐다. F-4D와 RF-4C는 앞서 2010년과 2014년에 각각 퇴역했다.
공군은 7일 공군수원기지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F-4 팬텀 퇴역식을 거행한다. 행사에는 이영수 공군참모총장과 역대 공군참모총장이 참석한다. 강신철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육군 대장), 강호필 합동참모차장(육군 대장),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등도 자리한다. 팬텀과 함께했던 역대 조종사·정비사들과 방산업체 주요 관계자들도 함께한다.
행사는 △개회사 △국기에 대한 경례 및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팬텀 출격명령 하달 △전·현직 팬텀 임무요원에 대한 감사장 및 표창장 수여 △공군참모총장 기념사 △국방부장관 축사 △ 블랙이글스 축하비행 △팬텀 임무종료 보고 △명예전역장 및 화환 수여 △임무 이양 기념 축하비행 순으로 진행된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할 때는 ‘호국영웅석’에 조종 헬멧과 태극기를 헌정할 예정이다. 호국영웅석은 F-4 팬텀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들을 기리는 자리다. 조종 헬멧은 순직조종사를, 태극기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어 신 장관이 출격 명령을 하달하면 F-4E 2대가 마지막 비행에 나선다. 이날 비행하는 F-4E 2대 중 1대는 한국 공군 팬텀의 과거 모습이었던 정글무늬로 복원한 항공기다. 공군은 지난 5월 ‘필승편대’의 국토순례비행을 앞두고 팬텀 퇴역의 역사적 의미를 더하기 위해 한국 공군 팬텀의 과거 모습인 정글무늬와 연회색 도색을 복원했다.
팬텀 전투기들이 이륙한 후 팬텀의 역사와 함께한 전·현직 임무요원들에 대한 감사장과 표창장 수여가 진행된다. F-4D 팬텀 첫 도입 당시 조종사와 정비사로 활약했던 이재우 동국대 석좌교수(예비역 소장)와 이종옥 예비역 준위가 팬텀 전력화에 기여한 초창기 임무요원들을 대표해 감사장을 받는다.
공사 5기인 이 교수는 F-4D 도입요원으로 선발돼 1968년 미 데이비스-몬산 공군기지에서 F-4D 비행훈련을 받았다. 1969년 F-4D 6대를 처음 인수할 때 전투기를 타고 공중급유를 받으며 태평양을 비행해 대구기지에 내린 조종사들 중 한 명이다. 이 준위도 당시 정비교육 요원으로 선발돼 데이비스-몬산 공군기지에서 F-4D 정비교육을 받고 한국에 돌아와 F-4D 전력화 과정에 크게 기여했다.
공군 제10전투비행단 김도형 소령과 강태호 준위는 팬텀이 퇴역하는 순간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조종과 정비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준 공로로 국방부장관 표창을 받는다.
마지막 비행을 마친 2대의 F-4E가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한 후 임무 종료 신고를 위해 행사장으로 진입한다. F-4E 전투기가 행사장으로 들어오는 동안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행사장 상공에서 화려한 기동을 선보이며 퇴역을 축하한다.
팬텀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 조종사들은 국방부장관에게 임무종료를 보고한 후 팬텀의 조종간을 장관에게 증정한다. 조종간은 전투기에게 조종사의 의지를 반영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이를 장관에게 전달하는 것은 55년간 이어온 팬텀의 모든 임무가 종료됐음을 상징한다.
이후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퇴역하는 팬텀에 대한 명예전역장 수여식을 한다. 신 장관은 팬텀의 그간 공로에 감사를 표하며 명예전역장을 수여하고, 전투기 기수에 축하 화환을 걸어줄 예정이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팬텀의 임무를 이어받은 ‘후배 전투기’ F-16, KF-16, FA-50, RF-16, F-15K, F-35A가 순서대로 행사장 상공에 진입해 축하비행을 펼친다.
김태형 10전비 153전투비행대대장(중령)은 “팬텀의 임무는 종료됐지만 적을 압도했던 팬텀의 위용과 지축을 울린 엔진음은 ‘팬텀맨’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며 “팬텀 조종사였다는 자부심으로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굳게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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