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 獨 빌딩펀드 디폴트…펀드 만기연장 잇달아
美·유럽 상업용 부동산 회복 난망…손실 본격화 우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펀드들의 손실이 가시화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 지속으로 미국과 유럽 등 중심국들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 기대감도 낮다는 평가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해외부동산 펀드 설정액 규모는 79조97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3년 말 5조9818억 원에서 10년 만에 10배 넘게 커진 것이다.
이 가운데 해외 부동산이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으면서 개인의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의 규모도 상당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0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판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판매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규모는 총 1조 2757억원으로 이중 개인 자금이 1조 478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돼 도심 지역 사무실 공실률이 치솟으며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도심업무지구의 오피스 가격은 지난 2022년 고점과 비교해 현재 40% 수준 하락했다.
이에 해외 부동산 펀드 부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4일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 펀드로 담고 있는 독일 트리아논 빌딩의 대출 유보계약(스탠드스틸)이 만료됐다고 밝혔다. 대출 유보계약은 펀드의 차입금 만기가 도래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지만 대주단이 자산 강제 처분 등 권리 행사를 임시로 미뤄주는 것을 의미한다.
대출 유보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대주단의 디폴트 선언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해당 펀드의 수익률은 설정 이후 마이너스(-) 79.74%로 나타났다. 그간 이지스자산운용은 공모 투자금의 약 16.4%인 308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하긴 했지만 누적 손실률을 고려하며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펀드는 지난 2018년 공모·사모를 통틀어 총 3750억원을 모집했다. 이 중 개인투자자 자금은 1754억원이다. 시장에서는 이 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를 약 4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작년 10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에 대해 만기 연장 자산의 매각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9786억원에 매입했던 오피스 빌딩을 약 7830억원에 매각했다. 총 회수율(최초 투자자 기준)은 환율 1300~1400원 가정 시 기지급 완료된 이익분배금 포함 약 97~100%이지만 이익분배금 등을 제외한 원금 회수율은 46~50%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 자산운용사들은 대규모 손해를 막기 위해 펀드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올해 3월 만기가 예정됐던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하나대체투자나사1호’는 지난 2월 말 수익자 총회를 열고 펀드 만기를 5년 연장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한국투자밀라노1호도 올해 2월 22일 만기를 앞두고 작년 11월에 만기 3년 연장을 결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운용사들의 노력에도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차 수요 감소와 고금리 기조 지속이 해외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오피스 빌딩에 대한 수요가 수십 년 동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오피스 빌딩의 가치가 코로나19 이전 보다 2030년까지 적어도 26%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지난해부터 이미 투자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사례가 속속 나왔지만 대체투자 특성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손실이 본격적으로 확정될 것”이라며 “올해 부동산자산의 부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충격의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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