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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보기] 도시 속 자전거, 마음대로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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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논설위원
김기호 논설위원

초여름, 야외활동의 전성기다. 정말 내 마음대로 자전거 타고 또 걸으며 내 발과 내 손으로 내가 사는 동네와 도시를 헤치고 다니고 싶다. 내가 사는 도시와 장소를 잘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가. 누가 아는가? 이런 과정에서 어떤 사람과 사랑에도 빠지게 될지.

그러나 도시 내 자전거 타기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오히려 위험한 곡예에 가깝다. 도시 내 자전거 타기는 크게 생활형(출퇴근 포함)과 레저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한강변이나 하천변(예:중랑천, 탄천, 양재천 등)에서

안현석봉(鞍峴夕烽). 양천구 쪽에서 한강을 건너 안산(鞍山, 이화여대 뒤쪽) 봉수대(烽燧臺)를 바라본 그림. 겸재 정선.
안현석봉(鞍峴夕烽). 양천구 쪽에서 한강을 건너 안산(鞍山, 이화여대 뒤쪽) 봉수대(烽燧臺)를 바라본 그림. 겸재 정선.

자전거를 타는 것은 정말 시원하고 즐겁다. 강변의 도시 풍경과 함께 멀리 강과 산이 이루는 경치는 겸재 정선(1676~1759)의 그림(경교명승첩의 한강진경, 1741∼59, 보물 제1950호)을 진경(眞景)으로 감상하는 듯하다. 

그에 비해 생활형 자전거는 많이 위축되어 있다. 동네 한 바퀴 돌며 소소한 일을 보는 것부터 출퇴근(등하교)하는 것까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위주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전거 타기는 구식(舊式)이거나 또는 편리하지 않다고 여겨 사람들이 꺼리고 주저한다.

2015년 서울시가 도입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생활형 자전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많이 바꿔 놓았다. 따릉이의 이용 목적(복수 응답)은 단거리 이동(73%)이나 출퇴근과 등하교(33%), 시장보기(10%) 등 생활형 이용이 주를 이룬다(설문조사, 서울환경연합, 2020년). 연간 4000만 명(누적 이용자, 필자도 그중의 하나임)이 따릉이를 쓸모있게 이용하고 있으며 연중 8개월(4~11월)이나 계속 350만 명 이상이다(2022년). 주 이용자는 20∼30대(60%)이며 60대 이상도 3% 정도다(서울솔루션 아카이브, 새소식, 2022.6.22.). 대체로 모든 연령층이 탄다.

인도(人道) 위 따릉이 타기. 이곳은 한 부분을 자전거에 구획했다. 그럼에도 자전거 겸용 인도는 보행자가 우선이다. 사진: 김기호, 2024년
인도(人道) 위 따릉이 타기. 이곳은 한 부분을 자전거에 구획했다. 그럼에도 자전거 겸용 인도는 보행자가 우선이다. 사진: 김기호, 2024년

자전거의 인기 상승에 비해 도시 내 자전거 이용 안전은 걸음마 수준이다. 도대체 자전거를 어디서 타라는 것인지 잘 알 수 없다. 법규는 차량처럼 도로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 목숨 걸고 자전거 타라고 하는 것과 같다. 자동차들은 왜 그리도 자전거에 무례한지 정말 전쟁터가 따로 없다. 공공이 따릉이를 제공하고 시민들이 이에 큰 환호로 응답했으니 이제 좀 더 안전하게 타는 환경도 조성한다면 시민들은 매우 큰 감사로 환영할 것이다.

자전거를 끌고 나서면 선뜻 자동차 도로로 달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눈치보며 자전거를 인도(人道)로 몰고 가기 십상이다. 인도에서는 입장이 바뀌어 교통강자가 되니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한편으로 보행자에 대한 미안함(왜? 법규 위반이니까)과 다른 한편 보행자와 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하여 신경이 곤두선다. 인도 위 보행자 사고는 형사처벌의 대상이란다. 안 그래도 걱정이 많은 나이 든 사람들의 따릉이 이용률이 저조할 만하다.

그러나 나이 들어 발이나 무릎 등에 부담을 주지 않고 동네에서 소소하게 이동하기 좋은 수단은 단연 자전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운동도 되고 저비용으로 어디에나 쉽게 갈 수 있는 1석3조(一石三鳥)의 방식이다. 유학할 때 세 들어 살던 집 주인 만프레트 할아버지가 다리가 일부 불편함에도 외출 때는 항상 자전거를 끌고 나가던 이유를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뮌스터시 역전 광장 지하 자전거 센터로 내려오는 램프. 사진: 김기호, 2008년
뮌스터시 역전 광장 지하 자전거 센터로 내려오는 램프. 사진: 김기호, 2008년

독일 뮌스터(Muenster)시는 승용차 편의를 위해 기차역 부근에 건설한 환승주차장(Bremer Pl. P+R(park & ride)) 중 주민용 주차장을 제외한 상당 부분을 자전거 환승주차장(3000대)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2022년). 가로변에는 상점도 두고 옥상에는 정원도 만들어 도심 주거환경에도 기여하도록 하였다. 자전거 도시답게 자동차가 차지하던 공간과 시설을 자전거나 보행 또는 좋은 환경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역전 광장 지하에는 자전거 주차, 대여, 수리 및 세차 등을 할 수 있는 자전거 종합센터(Radstation Muenster Hbf.)가 자리하고 있다.

비어가는 환승주차장과 넘쳐나는 옥외 자전거 주차(뮌스터시 2008년의 상황). 환승주차장을 자전거 주차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진: 김기호, 2008년
비어가는 환승주차장과 넘쳐나는 옥외 자전거 주차(뮌스터시 2008년의 상황). 환승주차장을 자전거 주차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진: 김기호, 2008년

우리에게도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차량용 도로를 다이어트해서 자전거용 차로를 만드는 것이다. 자전거가 인도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 승용차 사용을 자전거가 대체하고 탄소 절감에도 기여하니 그 당위성이 충분하다. 버스전용차로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것이 좋은 모델이다. 편하고 안전한 자전거 환경은 더욱 많은 이용자를 불러올 것이다.

도로 다이어트로 만들어진 청계천변 자전거 도로. 자료: 매거진 서울사랑, 2021.7.
도로 다이어트로 만들어진 청계천변 자전거 도로. 자료: 매거진 서울사랑, 2021.7.

어린 시절에 ‘내 자전거’를 가지는 것이 꿈이었던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어머니의 염려와 아내의 걱정으로 50이 넘어서야 자식들의 생일선물로 ‘내 자전거’를 처음 갖게 된 친구의 감격에 찬 이야기에 가슴 뭉클한 적이 있다. 100세 시대,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시니어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많은 이들의 어린 시절 꿈까지 이루어 주니 이보다 더 로맨틱한 정책이 있겠는가?

데일리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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