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룹 소속사 직원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자사 선박 엔진 제품을 해외 업체 등에 공격적으로 납품하면서 HD현대 계열사 선박에 들어갈 엔진 조달이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중공업은 자체 상표인 힘센(HiMSEN)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힘센엔진은 대형 선박(상선) 발전기용으로 사용되는 중형엔진이다. 선박용 발전기 중속 엔진 분야에서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약 35%를 차지했다.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올해 생산될 엔진은 1000여대이고 수주 잔량은 약 2700대다. HD현대중공업 엔진 기계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2조7098억원으로 전년보다 58%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97.2%를 차지했다. HD현대중공업은 울산에 엔진조립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가동률은 142.9%를 기록했다. 선박용 엔진은 선박 원가의 1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제품 조달이 늦어지자 HD현대 계열사 내부에서는 한화엔진에서 제품을 사 오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지난 2월 HSD엔진을 인수하고 한화엔진으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의 갈등이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 간 개인적 불화로 번졌다는 소문이 돌며 실무진은 눈치를 보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는 지난해 5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사들이면서 조선업계의 대표적인 경쟁사가 됐다. 지금은 미국 특수선 사업과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등을 불법 탈취한 사건에 대해 임원의 개입이 있었는지 수사해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조선·해양 박람회 ‘포시도니아 2024′에 나란히 참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관계는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했을 때부터 미묘해졌고, 한화그룹이 지난해 한화오션을 통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둘의 사이는 더 벌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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