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A씨는 친구가 해외 교환학생으로 떠난 동안 비우게 된 원룸을 양도받아 거주했다. 두 사람은 구두 약속으로 월세계약을 대신했다. 하지만 A씨는 거주 도중 임대인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원룸 양도가 불법 행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법률 정보를 잘 알기가 어려운 사회초년생들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대차 거래를 했다가 분쟁에 휘말리는 일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잇따라 주의가 요구된다. 전대차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특약에 금지가 명시된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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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 동의 없는 전대차 거래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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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최근 여름방학을 앞두고 ‘원룸 양도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게시물에는 ‘방학 한 두달 동안 집을 비우게 돼 양도자를 구한다’는 내용이 게시됐다. 여성·비흡연자·본교 학생 등 예비 임차인에 대한 선호 조건도 적혀있다.
방학 동안 본가로 이주하거나 계절학기 수업을 위해 학교 소재 지역에 머물고자 하는 학생들 사이에 단기 거래는 암암리에 성행해왔다. 임대차 계약기간이 일반적으로 2년 안팎이나 대학가의 특성상 단기 거주를 희망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양도는 물건의 주인이 해당 물건에 대한 권리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룸 양도의 경우 명의자가 아닌 사람이 해당 주택을 다시 임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대차에 해당한다.
전대차는 주택·상가·사무실·토지 등을 임차한 사람이 부동산을 재임대하는 것으로 불법은 아니다. 공공임대주택 등의 경우 일부는 불법에 해당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임대차계약의 경우 특약을 통해 임대인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전대차를 허용한다. 민법 제629조 제1항도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집을 전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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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어요” 사회초년생 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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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대학가 원룸 전대차 거래는 임대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머니S가 원룸 양도를 희망하는 사람을 구하는 게시물에 쪽지를 보내 문의해본 결과 10명 중 7명은 임대인과 상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 임차인은 “집주인에게 직접 월세를 내면 60만원이지만 50만원만 받겠다”고 답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대인의 동의 없이 행해지는 이 같은 전대차는 사회초년생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학가 원룸에 거주 중인 대학생 장모씨(23·남)는 “원룸 양도가 흔히 이뤄지는 것이어서 불법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법을 잘 모르는 사회초년생을 위해 이런 내용이 잘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기룡 법무법인 로드맵 변호사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대차가 이뤄졌을 경우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임대인이 전차인에게 퇴거를 요구하면 이를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법한 전대차 계약일 경우 반드시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보증금 등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학 기간 동안에는 대학가 원룸에 단기 수요가 발생하는 만큼 임대차계약을 2년 미만으로 제안하는 방법도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2년 미만 계약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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