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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미국④] 미국자산운용협회 선임이사 “노후자산 보호 위한 50년 역사, 38조 달러 퇴직연금시장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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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당신의 노후 계획은 안녕하십니까. 올해 한국사회는 퇴직연금을 도입한 지 20년차를 맞았다. 하지만 퇴직연금이 퇴직 이후 안정적 삶을 보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퇴직연금’이 되기 위해선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퇴직연금 선진국을 찾는다.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호주, 일본, 미국의 퇴직연금 장단점을 알아보고 국내 퇴직연금제도가 가야할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미국 글 싣는 순서
① 가입 의무 없는데도 퇴직연금 선진국 미국, 모든 게 ‘넛지’다
② 이병선 모간스탠리 퇴직연금사업부 이사 “연금 백만장자의 비결은 장기투자”
③ 뉴욕생명운용 수석이사 “퇴직연금 자산 형성 핵심은 유연한 매칭시스템”


④ 미국자산운용협회 선임이사 “노후자산 보호 위한 50년 역사, 38조 달러 퇴직연금시장 만들다”
⑤ 한동훈 앰플리파이 ETF 아시아 사업담당 총괄 상무 “수익률부터 리스크관리까지, 퇴직연금 자산운용 ETF 역할 커진다”
⑥ 미국 교수 2인(사만다 프린스, 테레사 길라두치)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더 나은 퇴직연금을 제안한다”

사라 홀든 미국자산운용협회(ICI) 은퇴및투자자연구 선임이사는 5월28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미국 퇴직연금 시장이 지난 50년 동안 여러 제도적 개선을 이루며 발전해왔다고 바라봤다. <미국자산운용협회>

[뉴욕(미국)=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연금시장이 38조 달러 규모로 커진 배경에는 50년 전에 마련된 노후자금 보호 규칙과 세제 혜택이 있다.”

사라 홀든 미국자산운용협회(ICI) 은퇴및투자자연구(retirement and investor research) 선임이사는 5월28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제도적 장치들이 미국 연금시장을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바라봤다.

정부가 연금가입자들의 노후자산 보호 등을 목적으로 제도 개선을 지속한 결과 미국 연금시장이 지금과 같이 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23년 말 기준 미국 연금시장에는 38조4천억 달러가 적립돼 있다. 원화로 환산하면 5경 원이 넘는 수준으로 전 세계 연금시장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이 제정된 1974년은 그 분기점으로 여겨진다.

홀든 이사는 “미국 퇴직연금제도의 강점을 이야기 하려면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이 제정된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며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의 핵심은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반드시 별도의 계좌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규정에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 시행 이전 미국 퇴직연금 시장에는 회사의 부도가 퇴직연금 지급불능 사태로 이어지는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정부가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퇴직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가입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홀든 이사는 “퇴직연금 계좌에 있는 자산은 오직 가입자들의 노후를 위해 존재한다”며 “미국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계좌에 적용되는 세제혜택도 미국 연금시장 성장을 이야기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으로 꼽혔다.

미국 연금시장에는 38조4천억 달러의 자산이 적립돼 있다. 이 가운데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의 비중은 63%에 이른다. <미국자산운용협회>

확정기여형(DC) 대표 퇴직연금인 401(k)와 개인형퇴직연금 IRA는 근로자가 직접 납입한 금액에 대해 일정 한도로 세금을 면제해준다. 2024년 기준 면제 한도는 2만3천 달러(약 3100만 원)다.

홀든 이사는 이 같은 세제혜택이 퇴직연금 자산을 적립하는 시기와 혜택을 누리는 시기를 일치시키는 효과를 낳으면서 연금시장 참여도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노후자금 저축을 장려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제혜택을 도입했다”며 “확정급여형(DB)은 현재 시점에 자금을 적립하고 혜택을 나중에 받지만 DC형에서는 자금을 적립할 때부터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세금은 퇴직연금 계좌로 흘러들어간 자산의 누수를 막는 기능도 톡톡히 한다.

미국은 퇴직연금 계좌의 중도인출에 강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받지 않고 중도인출하거나 일시불로 받으면 그동안 받았던 세제혜택을 토해내는 것은 물론 10% 페널티도 부과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일시금 수령 비중은 20~30대에서 10~13% 수준, 60대 이상에서는 2~5%에 그친다.

퇴직연금 계좌의 장기 유지는 자연스럽게 높은 소득대체율로도 연결돼 노후보장에 힘을 실어준다.

미국자산운용협회가 2000년 퇴직연금 수령자를 20년 가까이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퇴직연금이 제공하는 소득대체율은 90% 이상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홀든 이사는 미국 퇴직연금의 적립 규모를 키우는 데 ‘자산운용’도 주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강조했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해야 하는 DC형과 IRA가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자산운용 결과가 미국 퇴직연금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기준 2022년 말 미국 퇴직연금 시장에서 DC형과 IRA가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이른다.

자산운용이 중요한 만큼 미국 퇴직연금 시장에선 가입자들의 자산운용을 돕기 위한 새로운 방안들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홀든 이사는 “모든 가입자들이 직접운용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동화 기능이 계속 추가되면서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DC형 퇴직연금과 IRA는 자산운용에 대해 따로 지시하지 않으면 퇴직연금 사업자가 지정한 상품으로 운용되는 ‘디폴트옵션’이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대부분 타깃데이트펀드(TDF)를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제공하는데 2006년 도입 이후 퇴직연금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투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미국 뉴욕 월가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는 미국 금융시장을 대표하는 장소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

401(k) 자산에서 TDF 비중은 2007년 8%에서 2023년 38%로 높아졌다.

홀든 이사는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가입자들을 위해 TDF가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TDF는 퇴직연금에 최적화한 상품이다”며 “TDF는 이미 자산배분이 된 형태로 설계됐기 때문에 퇴직연금 자산의 100%를 TDF로 운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가입자들에게 올바른 길을 비춰주는 불빛 역할을 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있다는 것이 미국 퇴직연금 시장의 긍정적인 점이다”고 덧붙였다.

미국자산운용협회는 뮤츄얼펀드와 ETF 자산운용사들을 회원으로 하는 기관이다. 자산운용업계를 대변하면서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미국자산운용협회는 매년 퇴직연금 시장의 현황을 담은 보고서도 발간한다.

퇴직연금 시장이 현재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어떤 연령대에서 어떤 투자를 하는지 등을 보여주는 보고서로 시장 전반의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관련 법안 발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홀든 이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경제학자로 근무하다 1999년 미국자산운용협회에 합류했다. 이후 가계의 노후자산 저축, 연금계좌 관련 투자 동향을 추적하는 업무 등을 맡았다.

현재는 고용복지연구소(EBRI)와 협업 프로젝트에서 401(k) 가입자들의 활동 분석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IRA 투자자 데이터베이스를 감독해 IRA 투자자 활동을 살피는 역할도 담당한다. 조혜경 기자

비즈니스포스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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