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렸을 때 내는 대출금리보다 예·적금을 통해 받는 수신금리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금이 고금리 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할 조짐도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 단순 평균은 1.51%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2개월 전(1.25%포인트)보다 0.26%포인트, 1개월 전(1.42%포인트)보다 0.09%포인트 확대된 수치다. 여·수신 취급량이 많은 4대 은행을 기준으로 봐도 같은 기간 가계 예대금리차가 0.64%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0.11%포인트 벌어졌다.
최근 대출금리가 하락 추세였지만 예금금리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중 금리 하단이 기준금리보다 높은 상품은 △Sh수협은행 ‘헤이정기예금’(연 3.65%)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연 3.6%)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연 3.55%) 등 3개에 불과하다. 작년 하반기 상당수 은행이 예금금리를 4%대까지 올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올해 들어 금융당국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은행권의 수신경쟁 유인이 떨어진 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대출을 늘려야 할 유인이 약해지면서 시장에 많은 이자를 줘가면서까지 자금 조달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보다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은행 수신 잔액은 한 달 사이에 32조8000억원 줄었다. 반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 수신 규모는 16조6000억원 늘었다.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지난달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 총여신 잔액은 1527조6578억원으로 전월 대비 12조7582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총수신 잔액도 10조6692억원 늘었지만 은행으로서는 소비자에게 받은 돈보다 빌려준 돈이 더 많으면서 자금이 2조원 이상 빠져나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국 금리 인하 시기가 불확실해지면서 투자를 위해 대기 중이던 자본이 행선지를 정하는 모양새”라며 “4월에 5대 은행에서만 수신 잔액이 18조원 이상 줄었는데 은행권 수신 금리가 낮다 보니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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