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각 사]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유통, 물류, 미디어 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협업에 나선다.
그동안 CJ제일제당과 이마트 등 계열사 차원에서의 협업은 있었지만, 그룹 차원에서의 공동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지난 5일 사업제휴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 핵심은 ‘물류 협업’이다. 먼저 신세계 이커머스 부문인 G마켓과 SSG닷컴 등은 CJ대한통운과 물류 협력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G마켓은 이르면 7월부터 CJ대한통운의 내일도착 보장 배송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한다.
양사는 CJ제일제당이 쿠팡과 벌인 이른바 ‘햇반 전쟁’ 국면에서 이마트 등과 ‘반(反) 쿠팡 연대’를 맺으며 협업을 시도한 적이 있다.
이번 협업은 지난 3월 회장 승진 이후 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정 회장이 범삼성가 외사촌형인 이 회장에게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기존에는 계열사 간 협업은 종종 있었지만 이번 협업이 그룹 차원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온라인 사업의 재편과 맞닿아 있다”면서 “수익성 강화와 사업 효율화를 위한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내야 한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유통시장을 뒤덮고 있는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정 회장은 지난 4일 SSG닷컴과 재무적 투자자(FI)와 풋옵션(매수청구권) 행사 갈등까지 해소하며 유통과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청사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 회장은 창사 처음으로 이마트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실적 부진에 빠진 신세계건설의 정두영 대표이사를 경질하며 성과 위주 경영 방침을 계열사에 재천명했다.
특히 정 회장은 정기 인사가 아니라 이례적으로 ‘원 포인트 인사’를 통해 경질성 인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CJ그룹도 통상 매년 11~12월 단행되던 계열사 인사를 올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해를 넘겨 구정 연휴 이후에 단행했다. 당시 쇄신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 회장은 지난달 CJ프레시웨이의 대표를 교체했다.
4년 만에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급식 계열사 대표를 갈아치운 것이다.
이 회장은 만만치 않은 대외적인 경영 환경 속에서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양사는 상품·멤버십·콘텐츠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먼저 국내 1위 식품 기업인 CJ제일제당과 신세계가 공동으로 획기적인 신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쓱닷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판매한다.
두 그룹은 멤버십 혜택 역시 공유한다. 신세계멤버십인 신세계 포인트·신세계유니버스클럽과 CJ그룹의 CJ ONE 포인트 혜택을 공유해 고객이 쓸 수 있는 적립처와 사용처를 늘릴 예정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침체로 인한 유통대기업들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며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의 협업도 서로의 본업 경쟁력을 활용해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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