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총선거가 6일~9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에서 진행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EU 전체의 입법부 역할을 하는 유럽의회에서 활동할 720명의 의원을 뽑는다. 유권자 수만 총 3억7300만명에 달하는 이번 선거에서는 향후 5년간 유럽의 기후, 에너지, 이주민에 대한 정책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유럽의회 선거는 날짜별로 여러 국가에서 치러진다. 6일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7일은 아일랜드와 체코, 8일에는 라트비아, 몰타, 슬로바키아, 이탈리아에서 투표를 진행한다. 마지막 9일에 나머지 20개 회원국 투표를 하고 이날 오후부터 순차적으로 결과가 나올 계획이다. EU 회원국 국민 중 대체로 16~18세 이상인 자에게 투표권이 부여돼 유권자가 약 3억7300만명에 이른다.
유럽의회 의원(MEP)은 역내 4억5000만명의 사람들을 대표한다. 이들은 EU 법률을 검토하고, 개정한다. EU의 행정부인 집행위원회와 함께 EU 예산에 대해 논의하고, 집행위원회 의장을 선출하는 기능도 맡는다. 또한 최근 EU와 중국의 무역전쟁이 화두인 가운데 이러한 외부 국가와 무역 협정에 대해 비준 표결을 하기도 한다.
EU는 회원국의 일부 주권을 위임받아 운영된다. EU가 결정한 법률과 정책은 원칙적으로 개별국 결정보다 우선권을 갖는다. 회원국별 대표자를 모아 구성된 의회는 각국 입법부처럼 법을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이들은 EU 행정부의 수반인 ‘집행위원장’ 선출권을 보유해 향후 5년간 EU의 정책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의석은 국가별 인구에 비례해 배정된다. 독일과 프랑스 등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에게 가장 많은 의석수가 주어진다. 의석은 국가별로 할당되나, 실제 의정활동은 국가를 떠나 정치 이념에 따라 뭉쳐진 ‘정치그룹’이 ‘정당’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총 7개 정치그룹이 형성돼있고, 일부는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관건은 ‘극우 그룹’의 약진 여부다. 유럽은 현재 러-우전쟁과 난민·불법이민 등 현안에 관한 해법을 놓고 국가와 세력 별로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의 극우 그룹이 상당한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극우로 분류되는 정치그룹인 유럽보수와개혁(ECR)은 76석을 차지해, 현재보다 의석 수가 7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더 극단적 성향을 띠는 정체성과민주주의(ID)는 현재보다 지금보다 19석 늘어난 68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두 그룹을 합치면 144석으로 전체 720석 가운데 20%를 점유하는 거대 극우 세력이 탄생하게 된다.
현 집행위원장이 소속된 ‘주류당’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는 현 176석보다 6석 적은 170석으로 예상돼 다소 부진할 전망이다. 그 뒤로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연맹(S&D)은 142석, 중도 자유당그룹(RE)은 ECR에 뒤진 7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EPP와 S&D는 협력할 수 있으나, 만일 S&D도 부진한다면 극우 그룹과도 타협을 해야 할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극우 정치그룹은 이민자 수 감축, 기후변화 대응 축소, EU 권한 최소화 등을 내걸고 있다. 이들의 약진 여부에 따라 향후 국가별 EU 탈퇴 등에 관한 논의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파병 여부를 놓고도 상당한 이견이 생길 것으로 현지 유로뉴스 등은 보도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EU 차기 지도부 결정에도 큰 여파가 있을 전망이다. 오는 17일 EU 27개국 정상은 비공식 회동을 한 뒤 27일~28일 회의에서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집행위원장과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EU 지도부 후보를 결정한다. 유럽의회 의원 과반이 승인해야만 집행위원장이 결정된다. 따라서 중도우파인 EPP 소속 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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