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최근 6개월 동안 1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주식시장에 비해 국내 증시가 부진한 영향으로 보인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이면서 설정 후 1개월 이상인 국내주식형 펀드 1018종의 지난 4일 기준 설정액은 47조7238억원으로 집계됐다. 6개월 전보다 1조615억원 감소했다. 액티브형에서 7884억원, 인덱스형에서 273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1039종의 설정액은 4조5451억원 증가한 41조7881억원으로 나타났다. 북미주식 펀드(132종)로 3조4379억원이 몰렸다. 인도주식(5675억원), 일본주식(1361억원), 중국주식(778억원) 등의 펀드도 설정액이 모두 늘었다. 국내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것과 달리 금리 인하 기대감과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해외 주식시장이 활황인 영향으로 보인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나스닥지수는 5일(이하 현지시각) 1만7187,90으로 장을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올해 들어 14.49% 올랐다.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2조달러에 이어 3조달러까지 돌파한 영향이 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올해 사상 최고치를 25번 경신하며 12.25% 올랐다.
미국만이 아니다. 대만 자취안(가권)지수는 올해 들어 19.82% 올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약진한 영향이다. 이밖에 일본 닛케이225지수(15.73%), 범유럽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600(8.93%), 홍콩 항셍지수(8.54%) 등 주요국 증시가 모두 강세를 보였다.
반면에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1.29% 올랐다. 올해 들어 오름세를 기록한 주요 주가 지수 가운데 가장 상승 폭이 작았다. 코스닥지수는 1.82% 역성장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발맞춰 코스피지수가 3000선까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하지만, 주요 증시보다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지는 미지수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장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도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미국 주식을 가장 좋게 본다”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돼 하방이 지지되고 있는 유럽 주식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오는 7월 국내 외환시장 개방과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요인도 적지 않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여부도 변수다. 2025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면 20%(3억원 이상이면 25%) 과세를 매기는 제도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도 있다는 원칙에 따라 마련됐으나, 국내 금융투자 시장에서 자금 이탈을 불러올 수 있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할 유인이 줄고, 미국 주식이나 과세 방침이 없는 비트코인 등 제도권 밖 투자를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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