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인 6일 오전 9시경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는 ‘태극기 휘날리며’라고 적힌 흰 티를 입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어린아이와 함께한 가정부터, 20~30대 친목 모임, 80대와 50대 모자까지 인파 구성이 다양했다. 건곤감리가 디자인된 양말과 태극기 머리띠, 페이스 페인팅까지 갖춘 이들이 모여 가수 인순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제69회 현충일을 맞아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개최한 ‘6·6 걷기대회’ 참가자들이다. 1인당 3만원의 참가비는 전액 기부돼, 주거 취약 국가유공자 지원사업에 쓰인다.
이날 행사는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 삼삼오오 모인 참가자들은 취지에 공감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김인경씨(50, 송파구)는 “원래 쉬는 날에 마라톤을 취미로 하는 데 기부한다는 취지가 좋아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남산 공원 초입에서 만난 한지인씨(31, 경기도 용인)는 “러닝에 막 관심이 생기던 차에 친구 제안으로 왔다”고 말했다. 처음 경험하는 남산이 제법 가팔랐는지 한씨는 “이렇게 계단이 많다는 이야기는 못들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차진선씨(27, 경기도 용인)는 “평일에는 회사일 때문에 힘들어서 겸사겸사 스트레스 풀려고 왔다”고 했다.
이날 걷기대회는 아이들에게도 살아있는 교육현장이 됐다. 11살 아들과 함께 한 김모씨는 “현충일인데다가 보훈의 달이기도 하고 주거 취약 국가유공자를 기부한다는 얘기에 아이에게 교육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가수 션이 함께 했다. 션은 ”마음을 모아 주셔서 감사하다”며 “떠들석한 축제 분위기 속에 아이들에게 현충일을 맞아 감사하는 마음을 심어주자”고 말했다.
남모씨(54)는 82세 모친과 함께 대회에 참가하고자 거주지인 인천에서 오전 7시 40분에 출발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현충일마다 이곳 걷기 대회에 참가한 후 남대문 시장에서 갈치를 먹고 간다”며 “(대회 취지가) 주거 개선 사업에 힘쓰는 걸 알아 매년 참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모씨(82)는 “‘집에 있으면 뭐하냐’고 아들 손에 끌려왔다”며 “걷기를 즐겨해 종아리가 튼튼하다”고 완주 자신감을 보였다.
참가자들은 백범광장에서 시작해 남산 북측순환로를 따라 석호정까지 총 6.6㎞를 코스를 걸었다. 시는 총 2200명이 참가비를 냈고, 6600만원을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도 기부 행렬이 이어졌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빅워크’에서는 지난달 14일부터 정전기념일인 7월 27일을 기리기 위해 7억 2700만보를 목표로 기부를 받기 시작했다. 전날까지 약 1만6000명이 참여해 목표 달성치의 157%인 약 11억걸음 기부를 달성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대회 취지에 공감하며 참가자들과 함께 걸었다. 그는 인사말에서 “오늘 여러분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주거환경이 취약한 국가유공자들의 집을 수리하고, 도움을 드리는 고귀한 발걸음”이라며 “우리가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주신 분들이 국가유공자 분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보훈이 없으면 국방도 없다는 기조로 보훈정책을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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