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대변되는 이른바 ‘신경영 선언’ 31주년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신경영 선언일 별다른 행사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최근 직면한 위기 상황이 신경영 선언 이전만큼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별다른 행사 없이 ‘신경영 선언일’을 보낼 예정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어느 때보다 신경영 선언이 필요한 위기 상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글로벌 경기 침체,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주력이던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으며, 최근 다운턴(하강 국면)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대응이 늦어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겼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삼성전자 HBM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문에 대해 부인했지만 업계는 황 CEO가 원론적인 수준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황 CEO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협력하고 있으며 3사 모두 우리에게 메모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가격 협상력 등을 위해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한 엔비디아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고, 후발업체인 인텔에도 쫓기는 상황이다.
통상 연말에 사장단 인사를 하는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지난달 21일 반도체 사업의 수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교체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모바일 사업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애플에 내주기도 했다. TV와 가전 사업은 올해 1분기 기준 경쟁사인 LG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실적 부진을 겪은 네트워크사업부는 최근 인원 감축 등 경영 효율화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일부 부서에서만 이뤄졌던 임원들의 주 6일 근무는 전사 관계자로까지 확대됐는데 그룹 내에서 위기감이 고조된 것을 방증한다는 얘기도 나오는 중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달 29일 사상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한 데 이어 7일부터는 연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올해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포일 행사가 없지만, 어느 때보다 신경영 선포 정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뉴삼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과 같이 초격차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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