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의 아트 마케팅 공세가 거세다. 삼성·아모레퍼시픽·롯데 등 대기업들의 문화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한화그룹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대형 미술관을 개관할 계획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1985년 7월 영등로구 여의도 소재 63빌딩에 문을 연 국내 1호 아쿠아리움(아쿠아플라넷 63)의 영업을 이번달 30일 종료한다. 갤러리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 설립 및 운영을 위한 결정이다. 2008년부터 63빌딩 활성화 차원에서 63아트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전망대 미술관도 함께 영업을 종료한다.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은 프랑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파리 퐁피두센터 분관이다. 세계적 명성의 미술관이 한국에 지점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는 63빌딩 별관 건물의 리모델링을 거쳐 2025년 10월 미술관을 개관하고, 계약기간인 4년 동안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을 운영한다. 매년 퐁피두 센터 소장품 가운데 대표 작가의 걸작을 포함한 기획 전시 2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퐁피두센터는 루브르·오르세와 더불어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손꼽힌다. 퐁피두센터 해외 분관은 현재 스페인 말라가, 중국 상하이에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도 2027년 개관한다.
퐁피두센터 개관은 한화의 공익사업 차원에서 추진됐다. 한화문화재단 관계자는 “한화가 이전에는 현대미술 쪽에 어떤 활동을 해온 적이 없었다”면서 “미술계 공익활동을 검토하던 중 퐁피두센터 유치로 연결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의 미술관 운영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사람은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미술이나 예술을 찾게 된다”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한화 약 4000만원)을 넘어가면서 사람들이 예술을 많이 접하게 됐는데, 기업들로서는 수익 창출만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퐁피두센터가 63빌딩에 들어서는 이유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공간을 물색하다 보니 63빌딩 내 해당 공간이 적당했다”며 “아쿠아리움을 비롯해 각 주체의 자율적인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결과”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퐁피두 미술관 개관은 계획상으로는 내년 10월이기 때문에 자세한 사업 내용에 대해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아직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계 관계자는 “갤러리는 세금 규제가 없는 곳에 몰리기 마련”이라며 “원래 아시아 미술 자본은 홍콩에 집중돼 있었는데, 홍콩이 중국 세금 규제를 따르게 되는 상황에서 괜찮은 곳으로 한국이 선택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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