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로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혹은 ‘헤지펀드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내용의 외신 보도가 나왔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슐리 렌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10억달러 규모의 한국 이혼, 수치심에 실패했을 때 작동하는 방법’ 제목의 칼럼을 4일(현지시간) 게재했다. 이 칼럼에서 그는 “한국 최대 대기업 중 하나가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최 회장의 SK에 대한 지배력은 약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렌 칼럼니스트는 “최 회장과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을 포함한 친족은 그룹 지주회사(SK㈜) 지분의 25% 정도만 보유하고 있다”며 “최 회장이 이혼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지분을 일부 양도하거나 매각해야 할 경우 최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국내 지배력 기준인 2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최 회장의 현금성 자산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이다. 그가 보유한 대부분의 자산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지분(지분율 17.73%)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2심 판결 확정시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렌 칼럼니스트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행동주의 캠페인의 위협으로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예시로 들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그간 국내 대기업들을 타깃으로 해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을 문제 삼거나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렌 칼럼니스트는 “SK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은 여전히 낮다”며 “판결로 인한 강력한 랠리 이후에도 애널리스트들이 부여한 평균 가치보다 20% 이상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러한 대기업 할인은 벤치마크인 코스피 지수가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알려진 코스피는 현재 닛케이225(2배), MSCI 차이나(1.3배)에 비해 장부가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적어도 10년 동안 강력한 가족 경영 대기업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 이혼 소송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렌 칼럼니스트는 또 “재벌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한국의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해 보유 주식의 주가를 싸게 유지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며 “실제 부를 감추기 위해 미로처럼 얽힌 지주회사를 상장해 전체 주식 시장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SK그룹은 최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지주사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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