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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는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돼 거의 사라졌지만 유독 한반도에서만 번성하고 있는 동물이 있다. 해가 갈수록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서울 도심에도 종종 출몰하며 ‘유해 조수’ 취급까지 받고 있는 그동물. 바로 고라니다.
최근 SF 소설가인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서울시에 기고하고 있는 ‘서울 속 숨은 과학 찾기’라는 칼럼에서 ‘서울을 상징하는 동물 마스코트는 고라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야생 고라니가 정착해 살고 있는 곳은 중국 일부 지역과 한국밖에 없다”며 “게다가 중국에서도 고라니는 흔한 동물이 아니다. 2019년 KBS 뉴스에서는 중국 당국에서 야생 고라니를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고라니 숫자가 3000마리로 늘어났다는 보도를 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희귀하다는 판다보다 조금 많은 정도”라고 고라니의 희귀성을 설명했다.
이렇듯 희귀한 고라니가 지금 한국에서는 ‘엄청나게’ 많이 살고 있다. 곽 교수는 “2020년 한 일간지에서는 한국에 사는 고라니 숫자를 70만 마리로 추측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70만 마리라는 숫자가 결코 큰 과장은 아닐 거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 환경부 통계에서 전국의 사냥꾼들이 2020년 사냥한 고라니의 숫자를 21만 5133마리로 발표한 적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고라니 숫자는 별로 줄어든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국제적인 학술지인 네이처지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한반도의 전역이 고라니(water deer)의 서식지로 표기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동북부의 고라니도 한반도에서 압록강을 거쳐 중국으로 퍼져나갔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겨울에 압록강이 얼어 붙으면 고라니가 북한에서 중국으로 쉽게 건너갈 수 있다. 현지인들도 이를 여러 번 목격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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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50년대나 1960년대만 해도 고라니가 이렇게까지 흔한 동물은 아니었다. 대체 수십 년 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곽 교수는 헐벗었던 산과 숲이 빼곡해지면서 고라니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됐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한국의 나무 양을 나타내는 지표인 임목축적량을 보면 1950년대에 6000만㎥도 되지 않았지만 2010년대에는 8억㎥로 13배나 늘었다. 곽 교수는 “2009년 박지은 선생이 고라니의 위 속 내용물을 유전자 분석하는 방법으로 연구한 결과 여름철에는 미나리아재비류 등 여러 풀을 뜯어 먹고, 겨울철에는 장미류 같은 나무의 연한 가지를 뜯어먹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식성이 현재의 한반도 산과 들에 딱 맞아 떨어졌는지도 모른다”고 풀이했다.
곽 교수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로 개발된 호돌이를 비롯해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이 호랑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지만, 정작 호랑이는 남한 야생에서 지난 10년간 발견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너무 친근하고 너무 흔해서 우리가 귀한 줄 모르고 있는 고라니가 새로운 시대, 서울을 상징하는 진짜 친근한 우리의 마스코트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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