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상장사 90%, 10대 증권사 선택
중소형사 중에선 DB금투·한화 고작 2곳
파두 사태로 금융당국 심사 깐깐해진 영향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업공개(IPO) 시장을 향한 열기가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중소형 증권사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주관사 선정이 대형 증권사들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아 실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다.
5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22개 기업 중 무려 20개사(90.9%)가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곳 증권사(KB·미래에셋·삼성·NH투자·한국투자·키움·신한투자·하나·대신·메리츠증권)에 주관을 맡겼다.
공동 주관 성과까지 포함해 살펴보면 NH투자증권이 6개사로 가장 많았고 KB증권(4개사), 한국투자·하나증권(이상 3개사), 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증권·DB금융투자(이상 2개사), 키움·한화투자증권(이상 1개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살펴보면 DB금융투자와 한화투자증권 2곳을 제외하면 중소형 증권사는 찾아볼 수 없다. DB금융투자가 NH투자증권과 함께 케이엔알시스템의 IPO 공동 주관사로 나선 것을 제외하면 DB금융투자와 한화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진행한 IPO는 고작 1건씩이다.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대형사에 주관을 맡기는 배경으로는 지난해 발생한 ‘파두 사태’가 꼽힌다.
파두 사태는 지난해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가 상장 전 제시한 예상 실적과 실제 실적의 괴리가 크게 나타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친 사건이다. 이에 IPO 당시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사기 상장’ 의혹이 불거졌다.
파두 사태 이후 예비상장기업의 증권신고서를 심사하는 금융당국이 엄격하고 깐깐한 심사에 돌입하면서 IPO의 문턱을 넘기 다소 힘들어진 상황이다. 실제로 상장을 포기하거나 증권신고서를 수차례 정정하는 기업, 수요예측·일반청약 등 일정을 연기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심사 과정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고 성공적인 상장 가능성을 고려해 대형 증권사를 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IPO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주관 경험이 많거나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증권사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IPO 시장에서 중소형 증권사의 능력이 대형사보다 저 평가되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IPO 주관을 쌓아온 증권사와 공백이 있었던 증권사 사이에는 역량·신뢰 등의 차원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격차가 심화될 수도 있는 만큼 중소형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활약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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