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초 주식 시장을 뒤흔들었던 ‘게임스톱 혁명’의 리더 키스 길, 이른바 로어링 키티가 3년 만에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만으로 막대한 부를 거머쥔 길은 이번에도 게임스톱 주가 급등을 유도하며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 있다.
길의 강점은 ‘평범한 사람’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월가 헤지펀드와 맞서 싸우자’는 그를 믿고 게임스톱 주식에 달려든다. 그러나 실상은 혁명이 아닌 옵션거래 등을 통한 한탕 치기라는 비판이 많다. 개미 대장으로 군림하며 주가 조작을 통해 어마어마한 부를 쌓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BS뉴스 등에 따르면 길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레딧에 1억16000만달러치(약 1600억원)의 게임스톱 주식에 베팅한 계정을 공개한 후 게임스톱 주가가 급등했다. 길은 지난 3일에만 7860만 달러(약 1086억원)를 거뒀고, 보유자산은 2억6000만 달러로 불어났다.
길이 공개한 계정이 진짜 그의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2021년 4월 길이 SNS에 올렸던 마지막 게시물을 보면 당시 그가 보유했던 게임스톱 주식은 3090만 달러(약 424억원) 상당의 20만주였다. 3년 만에 엄청나게 불어난 게임스톱 주식을 들고 대중 앞에 나타난 것이다.
5월 중순에 X에 게시물을 올리며 대중 앞에 깜짝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길은 게임스톱 옵션을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WSJ은 지적했다. 길이 올린 계정 사진을 보면 그는 6월에 만료되는 20달러 행사가 콜옵션 12만개를 보유하고 있다.
CBOE 글로벌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행사가 20달러인 콜 옵션의 미결제 약정은 5월 중순부터 급격히 늘었다. 5월 초 1만건 미만이던 미결제 계약은 5월 31일에 15만 건에 달했다. 길은 12만개의 콜옵션을 통해 3일에만 5400만 달러(739억원)를 벌어들였다.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주가 급등을 예상하고 콜옵션을 무더기로 사들였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길이 SNS에 등장한 후 게임스톱 주가는 장중 74% 폭등하기도 했다.
길은 2021년 밈 주식 열풍을 타고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는 X와 유튜브에서 로어링 키티(Roaring Kitty), 레딧에서는 딥퍼킹밸류(DeepF—ingValue)로 활동하면서 밈 주식 열풍을 이끌었다. 그는 유튜브와 레딧에서 저평가된 주식에 대한 영상을 올렸는데, 특히 자신이 투자한 게임스톱에 투자를 장려하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내에만 머물러야 했던 사람들은 그의 영상에 쉽게 매료됐다.
길은 당시 매스뮤추얼에서 마케팅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의 모교인 스톤힐컬리지 웹사이트에 따르면 길은 1986년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났고, 2009년에 경영학 학위를 받았다. 결혼해서 한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뉴햄프셔의 한 스타트업에서 잠시 근무한 후 길은 매사추세츠로 돌아와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21년에 매스뮤추얼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진다.
길이 엄청난 게임스톱 포지션을 어떻게 형성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SNS상에서는 그와 관련한 여러 의혹이 있다. 길이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거나 보유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는 내용 등이다.
WSJ은 길이 옵션을 통해서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을 것으로 봤다. 옵션이란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는 투자 방법이다. 특히 미래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은 주가 급등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길의 투자 방법이 법을 위반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온라인 증권사 이트레이드(E-Trade)는 주가 조작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길의 플랫폼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고려 중이나,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증권 당국은 현재 길의 게임스톱 거래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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