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바로 앞에 있는 한 동대문패션상가 경매 물건은 6번의 유찰을 거쳐 지난 4월 감정가의 26% 수준으로 매각됐다. 감정가는 8400만원이었지만 여러 번 유찰을 거치며 2202만원에 낙찰됐다. 또 다른 동대문 패션쇼핑몰 내 상가는 3차례 유찰을 거친 뒤 감정가의 50%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응찰자가 없어 지난 5월 또 다시 유찰됐다.
#지난 2022년 7월 처음 경매 시장에 나온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의 한 다세대 빌라는 15번의 유찰과 재매각을 거쳐 최근 감정가의 5% 수준인 1280만원에 겨우 낙찰됐다. 서초구 방배동의 다세대 빌라 역시 6번의 유찰을 거쳐 감정가의 26% 수준인 1억7223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상가와 빌라 등 임대시장에서 인기가 시들한 매물들의 경매 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수년만에 최대치 수준이다. 유찰이 반복되면서 5번 이상 경매가 진행된 물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5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22년 월평균 81건가량이었던 서울 지역 상가 경매 건수는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195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5월 서울지역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총 237건으로, 작년 같은 달 100건에 비해 2배를 훌쩍 넘은 수치다.
지난달 진행된 서울 상가 경매 1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1.93명이었고, 매물 237건 가운데 낙찰된 물건은 28건으로 낙찰률은 11.80%에 그쳤다. 경매에 나온 물건 가운데 주인을 찾는 물건은 10건 중 1건꼴에 그쳤다는 이야기다. 이는 2012년 7월(10.4%) 이후 가장 낮은 낙찰률이다.
유찰이 자주 이뤄지면서 낙찰되는 물건의 가격도 감정가보다 훨씬 낮아졌다. 지난달 서울 상가 경매 시장의 낙찰가율은 평균 66.6%로 전달(83.30%)보다 16.7%포인트(p) 떨어졌다.
상가가 경매시장에서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금리로 인해 수익률이 떨어진 영향이 크다. 임대수익만으로 고금리를 견디기 힘들어진 탓이다. 서울의 대표적 집합상가 단지인 동대문의 지난 1분기 상업용 부동산 투자수익률은 1.53%로, 서울 전체 투자수익률인 1.85%보다 낮았다. 공실률도 12.1%로 서울 도심권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매 시장에서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빌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서울 빌라 경매건수는 1485건으로, 지난 2006년 1월 1600건 이후 가장 많다. 빌라는 전세사기로 인한 경매 물건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다세대 매물이 쏟아졌고, 그만큼 소화되지 않은채 유찰되는 물건들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찰되는 상가·빌라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2021년 같이 초저금리로 가지 않는 이상 임대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상가 경매 진행건수는 계속 늘어나고 낙찰률 하락 등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빌라의 경우 이미 쌓여있는 물건들이 많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경매 물건 매입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낙찰률은 조금 상승할 것으로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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