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남 아파트는 전세 사기와 딴 세상 같죠? 여기도 세입자들은 수십억 돈 맡기는 걸 걱정해서 거래 방식이 ‘반전세’로 다 바뀌고 있어요.” (대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서울 강남 아파트 임대차 시장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했다. 전세보증금으로만 이뤄진 거래보다 월세를 낀 거래가 늘면서,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면적 94㎡는 지난달 신규 임대차 계약이 보증금 15억원, 월세 160만원에 이뤄졌다. 같은 평형대에 보증금 11억원 월세 300만원에 거래된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월세 계약이 체결된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전세보증금은 같지만 월세만 1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이 단지에서는 올해 임대차 계약 전체 건수에서 월세를 끼고 이뤄진 계약이 전세 계약 건수를 앞질렀다.
높은 계약금과 고금리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추후 전월세 가격 상승의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치·도곡동 일대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학군지도 소용없다’는 말이 돌 정도로 전세금이 하락세였다. 개포동 새 아파트 입주로 전세, 월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치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세입자는 10억이 훌쩍 넘는 전세 보증금을 맡겼을 때 후에 회수가 제대로 될지에 대한 걱정이 있다”며 “집주인도 부동산 추가 투자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 보증금 규모가 큰 전세보다는 월세 계약을 선호한다”고 했다.
지난해 전국 임대차계약 중 월세 거래 비중이 50% 넘었다.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강남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월세 계약 건수가 전세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엔 전세 계약이 많았지만 올해는 집주인이 월세 매물을 많이 내놓고 있다. 세입자 보증금을 활용해 다른 부동산 상품에 추가 투자를 하기가 어려운 시기인데다 이자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도 많아 월세 낀 임대차 거래가 크게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의 월세 매물은 1만6436건으로, 한 달 전(1만7838건)과 비교해 1402건 감소했다. 지난 2022년 7월 5일(1만6976건)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다. 서울 전세 매물 역시 이번 달 2만8037건으로, 한 달 만에 1873건 줄었다. 임대차 시장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월세와 전세 매물이 모두 빠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54주 연속 상승세다. 서울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면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월세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최근엔 강남·성동 등을 중심으로 초고가 월세 거래도 성행하고 있다. 청담동의 청담린든그로브 전용 203㎡는 지난 4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080만원으로 신규 거래가 이뤄졌다. 이 단지 같은 평형은 2022년 10월 보증금 5억원, 월세 1800만원에 거래가 체결됐는데, 2년 사이 월세가 280만원 뛰었다. 청담린든그로브는 2017년 준공된 고급빌라형 아파트로, 전용 84㎡ 이상 중대형 평형 114가구 규모다. 이번 거래를 포함해 한남더힐,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에서 월 2000만원 이상 계약된 월세 거래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에서 전세금 상승과 월세 매물 증가로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전세금과 매매가 차이가 좁혀지면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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