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불황에도 ‘수도권 청약은 불패’라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최근 경기 지역에서 분양한 주요 단지들이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청약에 실패한 단지는 분양가가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와 비슷하거나 비싼 수준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격 매력도가 떨어지는 단지는 수도권이더라도 분양 시장에서도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청약을 진행한 경기 이천 ‘이천자이더레브’는 603가구 모집에 245건의 청약 통장이 접수되는 데 그쳐 평균 경쟁률 0.4 대 1로 전 타입이 미달됐다. 2순위 청약까지 포함해도 286건 접수돼 0.4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5억200만~5억5800만원으로 책정됐다. 비슷한 시기 분양한 인근 단지 ‘이천자이더파크’의 같은 평형 분양가가 4억7000만~4억80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비싼 수준이다.
경기 양평에서 분양한 ‘양평하늘채센트로힐스’는 191가구 모집에 25건 접수되면서 평균 경쟁률이 0.13 대 1에 그쳤다. 전용면적 59㎡B타입을 제외한 전 타입이 미달됐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59㎡ 분양가는 3억5500만~3억9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12월 준공한 인근 ‘양평역한라비발디2단지’의 같은 평형 매물 시세가 3억3000만원~4억원인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미건설이 분양한 경기 김포 ‘김포북변우미린파크리브’는 501가구 모집에 1398건 접수돼 평균 경쟁률이 2.79 대 1을 기록했다. 다만 일부 타입은 미달 사태를 맞았고 2순위 청약에서 전 타입 마감에 성공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5억7700만~6억4700만원이다. 인근에 지난 2020년 준공한 주상복합 아파트 한강메트로자이1단지가 지난달 6억4600만~6억9000만원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김포북변우미린파크리브의 분양가도 싼 편은 아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사비 상승으로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고, 이 여파가 청약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수도권 내에서도 미분양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경기 미분양 주택은 9459가구로 전월 대비 1119가구(13.4%) 늘었다. 인천 미분양은 2669가구에서 4260가구로 59.6% 급증했다. 경기도 미분양 규모가 9000가구대까지 늘어난 것은 2017년 7월(9560가구) 이후 6년 9개월 만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분양 시장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분양자가 몰리는데, 수도권이라도 최근에는 분양가가 비싸거나 입지 여건이 나쁘면 미분양이 일어난다”면서 “앞으로 가격 상승 여력이 있느냐에 따라 수도권 내에서도 청약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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