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빌릴 수 있는 돈이 더 줄어들게 되는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억제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수요자들에게 갭투자를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스트레스 DSR 제도가 2단계로 확대 시행된다. 앞서 금융 당국은 지난 2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DSR을 우선적으로 도입했다. 7월 1일부터는 은행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 중 금리 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4%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기준으로 산정했다면 여기에 가산금리 1%를 붙여 5%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다. 가산금리 적용비율은 현재 25% 일괄 적용에서 7월부터는 50%까지 확대된다.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이 제도 시행의 핵심이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출 규모를 줄이면 갭투자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출한도가 줄어들면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갭투자를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목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은행 대출이 힘들어진다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심리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갭투자 거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은 작년 8월 59.3%에서 8개월 연속 올라 지난 4월 61.5%를 기록했다.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줄어든 일부 단지에서 갭투자 매매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데,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에서 갭투자 매매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 상위 10곳 중 7곳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경기 화성, 경기 수원 영동구, 인천 서구와 연수구 등이다.
전셋값이 상승하자 ‘마이너스 갭투자’도 생겨났다. 파주 금촌동 후곡마을4단지뜨란채주공 전용면적 84㎡는 지난 3월 3억18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날 이 물건은 보증금 3억3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1200만원 비싼 셈이다. 서울 금천구에서도 한신아파트 전용 89㎡가 4억1000만원에 직거래된 후 3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으면서 매매값과 전셋값 차이가 크게 좁혀지는 사례가 나타났다.
갭투자는 주로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적은 금액으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택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무조건 스트레스 DSR 확대가 갭투자를 늘릴거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가까운 미래에 집을 사려고 했던 실수요자들이 스트레스 DSR 정책이 확대되기 전에 전세를 끼고 사두려는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들의 매매수요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스트레스 DSR이 확대돼도 몇천만원 수준일 것이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매매수요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보이진 않는다”면서 “하지만 전세가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는 기회가 되는 상황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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