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큰 폭의 기업 분할을 앞두고 ‘기업 가치 상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핵심인 반도체 사업 이익으로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사업 적자·투자 비용을 메꾸는 구조에서 벗어나 ‘밸류업’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또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각 사업 부문의 독립 경영을 강화해 대응 능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번 분할로 신설되는 반도체 사업 부문 수장을 맡게 된 아들 황은석 씨와 관련해서는 “경영권 승계가 기업 분할의 주 목적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황 회장은 4일 경기 용인시 주성엔지니어링 연구개발(R&D)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기업 가치 높이는 것이 이번 기업 분할의 주 목표”라고 말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 중 반도체 사업을 인적분할하고 디스플레이·태양광 사업은 물적분할하는 방안을 지난달 초 공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의 핵심인 반도체 사업은 인적분할로 반도체 기술 개발과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별도 법인 주성엔지니어링(가칭)을 만들고, 디스플레이·태양광 사업은 물적분할해 기존 법인의 100% 자회사인 주성에스디(가칭)를 만들 계획이다. 기존 법인은 주성(가칭) 또는 주성홀딩스(가칭) 등으로 이름을 바꿔 계열사와 관계사 투자, 관리를 전담하는 지주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황 회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기업 분할로) 소액 주주가 손해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관련해 깊이, 디테일하게(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공언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반도체 부문을 물적분할하는 대신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한 것은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피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인적분할은 모회사의 주주들이 기존 비율대로 자회사의 지분을 가져갈 수 있어 핵심·유망 산업에 대한 소유권을 보전할 수 있지만 물적분할은 존속회사가 신설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구조여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벗어나기 어렵다.
1993년 설립된 주성엔지니어링은 1995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개발한 ‘벤처 1세대’ 기업으로 지금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장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1999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줄곧 우리나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이날 밝힌 올 1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556억 원, 영업이익 70억 원이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42.5%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64.7% 줄어들었다. 올 1분기 주요 반도체 기업 실적이 반등한 데 비해 주성엔지니어링은 되레 경영이 악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가 아직 매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시장 상황 때문”이라고 밝혔다.
황 회장은 “3개 사업 부문이 한 법인 내 있으면 한 쪽이 어려워질 때 다른 사업이 영향을 받게 된다”며 “핵심인 반도체 사업을 더 키우고 디스플레이·태양광 부문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분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5년 내 반도체 사업 법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