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풀리기’ 잡음 일지만
관련 손익 올해 들어 더 늘어
금융당국 ‘메스’ 예고에 ‘촉각’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장기보험 실적이 올해 들어 더욱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보험업계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된 뒤로 장기보험이 실적 부풀리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장기보험 시장을 두고 손보업계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결국 금융당국이 관련 상품의 회계 처리를 두고 메스를 들기로 하면서 앞으로의 영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4개 손보사의 장기보험 손익은 1조7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7% 늘었다.
손보사별로 보면 성장세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최근 실적 자체만 놓고 보면 언제든 순위 바꿈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격차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우선 DB손보의 장기보험 손익이 448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8.2% 증가하면서 조사 대상 손보사들 중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화재 역시 4464억원으로 현대해상은 4436억원으로 각각 6.3%와 206.4%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손익도 4265억원으로 15.9% 증가했다.
손보사들이 장기보험을 두고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역시 수익성에 있다. 장기보험은 표현 그대로 가입 기간이 비교적 긴 상품으로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손보사 입장에서 장기보험은 길게 20년까지 지속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어떻게 상품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보험료 수준이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더구나 1년 마다 갱신 기간이 돌아오는 단기보험은 늘 고객 이탈로 인한 수입보험료 감소를 걱정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된 IFRS17은 장기보험을 둘러싼 각축전에 더욱 불을 붙였다. 내년부터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요즘 보험업계가 자본 확충과 더불어 이익 확대에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IFRS17 실시 이후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보험사들의 실적이 지나치다 할 정도로 확대되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 시작했다. 장기보험이 새로운 회계에서 이익을 끌어 올리기 좋은 상품이란 특성에 주목, 손보사들이 이를 아전인수식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IFRS17 도입 첫해인 지난해 보험사들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13조3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45.5%나 늘며 사상 최대를 찍었다. 이중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만 8조262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0.9% 급증했다. 해가 바뀌고 올해 1분기에도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96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더 증가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IFRS17에 따른 새로운 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계리 가정 산출의 기본원칙만 제시하는 IFRS17 제도 하에서 보험사들이 자의적인 계리 가정을 적용할 수 있게 되자, CSM을 단기에 끌어 올리기 위해 장기보험을 둘러싸고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IFRS17이 시행된 이후 보험사들이 지나치게 자의적인 가정을 적용해 미래에 생길 이익을 끌어 쓰는 행태를 보이는 측면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올해 2분기 결산이 이뤄지는 오는 8월 전에는 개선 방향을 가늠해 연말 결산 전까지는 결론을 낼 것이란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보험에 대한 CSM 산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손보사의 회계 상 실적이 다소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IFRS17이라는 큰 틀에서 장기보험과 같은 보장성 상품에 대한 업계의 경쟁은 계속 가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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