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윤석열 대통령의 한마디에 이틀 만에 급등한 동양철관 주가 상승률이다. 한국석유, 화성밸브, 한국ANKOR유전, 흥구석유, 한국가스공사 등 윤 대통령이 동해 심해 유전 탐사 시추 승인 소식을 전한 뒤 관련 종목 주가는 이틀 동안 50% 넘게 뛰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이례적 국정 브리핑을 통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했다.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스가 최대 140억배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다. 주식시장은 곧바로 들끓었다. 대통령이 사실상 테마주를 점찍어준 셈이다.
올해 증시도 인공지능(AI), 초전도체, 정치 등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 특히 초전도체와 정치 테마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데도 투자자가 몰리면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석유 테마주도 다르지 않다. 석유·가스 채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업체까지 폭등했다. 급등 뒤 급락.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계감을 놓지 않고 있다. 2027~2028년 탐사를 시작하면 상업적인 개발은 2035년부터 가능하다. 시추 이전까지는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시추 비용은 1공당 1000억원 이상, 5차례까지 시추가 필요한 것으로 언급됐다. 경제성도 따져봐야 한다.
실제 매장량이나 사업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매장 추정치를 발표한 것은 섣불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테마주 투자는 비이성적이다. 단기 시세차익만을 노리고 ‘묻지마 투자’ 방식으로 접근한다.
정부는 올해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겠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 주가 부양이 아닌 장기 호흡으로 진행해야 한다고도 했다. 결국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향상시키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 방향과 어긋난 것처럼 보인다. 자본시장을 성장시키고 국민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며 다양한 정책을 내놓는 등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정부였던 만큼 이번 성급한 발표에 물음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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