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경찰이 ‘의대생 살인’ 피의자에 대해서는 신상공개를 하지 않은 반면 강남 오피스텔 모녀 살인 피의자의 신상을 신속하게 공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건 모두 헤어지자는 요구에 격분해 벌인 ‘교제 살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강남 오피스텔 모녀 살인 사건의 경우 피해자 신상 등 2차 가해 우려보다 신상 공개로 인한 유사 범죄의 예방 등 공익적 측면이 더 크다고 경찰이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의대생 살인의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피해자 정보가 확산하고 있었고 유족들도 신상공개에 반대했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는 살인 혐의를 받는 박학선(65)의 이름과 나이, 머그샷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의결했다.
박씨는 지난 5월30일 오후 7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모녀 사이인 60대 여성 A 씨와 30대 여성 B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박 씨는 A 씨와 연인 관계를 유지하다 A 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그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를 말리던 B 씨까지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범행 직후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2km가량 떨어진 공원에 흉기를 버리고 버스 등 대중교통을 갈아타며 도주하다 범행 13여시간 만에 서울 서초구 남태령역 인근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박씨는 이번 살인이 현장에 있던 흉기를 휘두른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의 잔인성 및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되는 점, 범행 증거가 충분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신상 공개 시) 공공의 이익이 있다”며 “피의자가 공개 결정에 서면으로 이의 없음을 표시해 오늘부터 30일간 신상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학선의 이름과 나이, 얼굴은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오는 7월3일까지 공개된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신상공개위는 총 7~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공무원이 아닌 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해야 한다. 위 4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피의자에 한해 재적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는 경우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또한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려면 크게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행법상 피의자 신상정보는 △피의자가 성인일 때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할 때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에 필요할 때 검사와 사법 경찰관에 의해 공개 가능하다.
올해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건 박씨의 사례가 3번째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1월 경기 고양·양주에서 여성 다방 업주를 잇따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영복(57),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4월 이별을 통보한 연인에게 흉기 휘둘러 숨지게 하고 연인의 어머니에게도 중상을 입힌 김레아(26)의 신상을 공개한 바 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 5월 서울 강남 고층 건물 옥상에서 결별을 통보한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의대생 피의자 최 모 씨(25)에 대해서도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했으나 심의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경로로 피해자 정보가 확산하고 있었던 점, 피의자 신상 공개 시 2차 가해를 우려해 피해자 유가족이 신상 공개를 거부한 점 등이 비공개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사진 등 신상이 온라인에 확산하자 피해자의 친언니라고 주장하는 누리꾼이 댓글 등을 통해 억측을 자제해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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