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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보기] 청정에너지 강국 중국이 나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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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국 논설위원
허찬국 논설위원

중국의 전기차가 미국과 유럽연합(EU) 정부의 골칫거리이다. 전기차에 매진하며 생산을 늘려온 중국은 내수 확대뿐만 아니라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가격이 비(非)중국 차에 비해 저렴해 유럽에서 특히 많이 팔리고 있다. 현지 자동차 산업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고,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이달 초부터 수입 중국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중간 무역 분쟁은 크게 고사양 반도체로 요약되는 하이텍 부품과, 청정에너지 분야(전기차, 배터리, 태양광패널, 풍력터빈)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안보상 이유로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후자는 중국이 관련 분야에서 독점적 시장지배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입을 제한하는 동시에, 중국을 대체하는 방도로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들로 이루어진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탄소배출 1위국이 되었기 때문에 청정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후 중국 배출량이 꾸준히 늘어 두 나라 간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미 세계 곳곳이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중국이 청정에너지 부문에서 덩치를 키우는 것, 그리고 미국이 탄소배출 규모 현 수준 유지를 넘어 감축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다. 우리는 중국과 인접해 있어 그곳의 대기오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사안이 더 의미심장하다. 화력발전이나 자동차 매연과 같은 탄소가스 배출원(源)이 미세먼지를 동반 배출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 1, 2위국의 내용에 차이가 크다. 관련 통계는 발전·난방, 운송, 산업, 주거용 건축물, 농업과 어업 등의 분야로 나누어 집계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중국과 미국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세계 전체 탄소가스의 31.7%와 13.6%를 배출했다. 미국의 경우 운송수단과 발전·난방이 자국 전체 배출량 중 각각 37%와 36%이며 산업은 10%를 하회했다. 중국은 발전·난방과 산업이 각각 55.8%와 26.6%, 그리고 운송수단이 9.1%로 집계됐다.

발전·난방 분야 탄소 배출 추세에서 미국과 중국은 극명하게 다른 추세를 보인다. 미국의 탄소배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인 반면 중국에서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배출량이 2010년 25억 톤을 상회했으나 10년 후에는 20억 톤 이하로 낮아졌다. 중국의 배출량은 2010년 약 40억 톤에서 2020년에는 50억 톤을 넘어서고 있다. 근래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 약 5억 톤과 비교해보면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발전분야에서 석탄 의존도가 80%에 가까운 것이 중요한 이유로 보인다. 중국의 석탄을 태우는 발전이 우리 대기질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런 현실은 중국이 태양광 같은 청정에너지 부문에서 최대 생산국이라는 사실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세계 전체 태양광 패널의 약 80%를, 전기차, 풍력터빈, 리티움 배터리의 약 75%를 생산하고 상당량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 발전분야에 태양광, 풍력의 비중을 더 공격적으로 늘린다면 이 분야 탄소배출 증가세를 더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방증하는 예를 운송 분야에서 볼 수 있다. 폭발적인 자동차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판매 비중을 크게 늘린 결과 이 분야의 탄소배출량 증가세는 현격히 낮아졌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피면 2015년 중국에서 등록된 차량 수가 1.86억 대에서 신규 등록차가 매년 2500만 대 가까이 증가해 2023년에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등록 차량 수가 미국을 넘어섰다. 매년 우리나라 전체 등록 차량 대수만큼 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의 탄소 배출량 증가는 미미했다. 아래 그림은 중국 내 전기차 판매 규모(빨간색)를 유럽(청색), 미국(녹색), 그리고 나머지 나라들을 합친 것(회색)과 비교해서 보여준다.

      ●중국 유럽 미국 전기차 판매추이(2010~2024)

    세로축 백만 대, 가로축 연도(2024년은 예상치) 자료: 「Global EV Outlook 2024」, IEA
    세로축 백만 대, 가로축 연도(2024년은 예상치) 자료: 「Global EV Outlook 2024」, IEA

2021년경부터 중국 내 전기차 판매 규모가 미국, 유럽 등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판매된 것보다 더 팔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2022년에 중국에서 전기차가 600만 대 팔렸는데 이는 중국 외 나라에서 팔린 전기차 대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규모이다. 미국 내 판매량은 100만 대를 기록했다. 판매 호조세에 힘입어 중국 정부는 그동안 지급하던 보조금을 2023년 폐지했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며 보조금을 주기 시작한 것과 대비된다. 전기차가 중국에서 확실히 자리 매김을 했다는 의미이다.

중국의 자동차 보유 증가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자동차 보급률도 올라간다. 위키피디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인구 1000명당 보유자동차 수가 미국은 908대, 우리나라 526대, 그리고 중국은 231대였다. 향후 보급률이 두세 배 이상 늘어날 여지가 있다. 중국의 면적은 미국과 거의 비슷하지만 인구 규모(약 14억 명)는 4 배가 넘으니 잠재적 운전자는 차고 넘친다.

한 5년 전쯤 중국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에서 남부 내륙 도시까지 승용차로 이동해본 일이 있었다. 새로 생긴 고속도로였는데 도로 가까이 인구 밀집 지역이 드물어 땅이 넓은 것을 실감했고, 또 도로에 차가 없는 것이 신기했다. 그렇게 텅 비었던 찻길에 우리의 고속도로처럼 차량이 이어지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넓은 대륙을 종횡무진 다니는 차들이 대부분 매연 배출이 없는 전기차일 거라는 점이다. 중국의 전기차 전성시대는 경쟁자 입장인 한국에 부담이 된다. 하지만 인접국 중국의 탄소 배출 감소와 대기질 개선은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다.

청정에너지 부문 급성장은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해서 산업을 키웠다기보다 세계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한 산업정책의 결과라는 비판이 있다. 이런 비판에 대응하는 최상의 방안은 청정에너지 역량을 발전 분야에서 적극 활용하여 급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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