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악몽’이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악화시키며 저축은행 신용등급을 끌어내리고 있다.
하반기엔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지만 부동산PF 사업성 재평가를 비롯, 다중채무자 손실위험에 대비한 충당금 추가 적립 등 악재가 여전하다. 위기를 버틸 체력이 없는 저축은행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강등했다.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건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부동산PF 관련 리스크가 재무건전성 유지에 부담 요인인 점,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점이 배경으로 꼽혔다. OK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49억원으로 전년 동기(376억원) 대비 60% 이상 급감했다. 연체율은 8.87%로 지난해 1분기 6.83% 대비 2.0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부동산PF대출이 지난해 1분기 9.2%에서 올 1분기 15.33%까지 치솟아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건설업 연체는 같은 기간 5.12%에서 16.59%까지 뛰었다. 부동산업 연체율도 6.98%에서 9.52%로 2.54%포인트 올랐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OK저축은행만이 아니다. 업계 6위인 페퍼저축은행 역시 신용등급이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바로저축은행은 BBB+에서 BBB로 한 단계씩 낮아졌다.
이밖에 등급 전망이 하향 된 곳도 다수다. 애큐온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이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고 ▲KB저축은행은 (A) 안정적→부정적 ▲대신저축은행은 (A-) 안정적→부정적 ▲다올저축은행은 (BBB+) 안정적→부정적 등으로 조정됐다.
문제는 저축은행업권이 반등할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의 주 수익인 이자수익이 늘리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이뤄져야 하는데 기준금리 인하는 요원하다.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사업성 재평가로 이른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면 부실 채권은 더욱 늘어나고 충당금 추가 적립은 피할 수 없다. 여기에 7월부터는 다중채무자 충당금 적립 강화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위한 제도 시행이 예정돼 있어 충당금 전입 규모는 더 늘어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의 PF 대출 예상 손실을 최대 4조8000억원으로 내다보면서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저축은행은 연간 적자가 2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저축은행 사태가 한창이던 2012년 당시 적자 규모(1조4000억원)를 크게 웃돈다. 여기에 맞춰 충당금을 쌓는다면 저축은행업계는 최대 3조3000억원을 더 적립해야 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충당금 규모 등 위기를 버틸 체력이 안되는 중소형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의 경우 지난해부터 연체율 등과 같은 건전성을 모니터링 해왔고 향후 부실 채권 경공매 활성화 등을 통해 관리 해나갈 예정”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난 2016년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위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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